불황과 불신이 빚은 불상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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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우조선 노사분규 근로자 사망으로 악화|회사 휴업조치 맞서 농성 과격화|1조5천억 부채,적자 4백50억
보름동안 조업이 중단된채 분규를 거듭하다 사상자까지 내게된 대우조선사태는 조선경기불황과 이에따른 소극적인 노사협상·노-노간의 불신이 빚어낸 최대의 불상사로 지적되고있다.
◇협상의 쟁점=회사측이 21일 취한 휴업조치는 20일 노조대표 4명이 참석한 제4차 실무소위에서 잠정합의했던 타결안이 근로자들로부터 거부되자 더 이상의 협상이 불가능하다는판단에서 나온 것.
노사 양측은 이때 ▲기본급 1만원인상 ▲5천∼3만원의 불황수당 ▲가족·근속수당 88년협의결정 ▲징계기록 1년후 삭제등 10개항에 잠정합의, 농성을 풀고 조업을 재개키로했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이를 거부하면서 ▲기본급2만원인상 ▲불황수당 일률2만원 ▲주택수당1만원등 월5만원씩의 실수령액일률인상을 요구했다. 근로자들은 당초 기본급 7만원인상을 요구하다 지난18일 5만원으로 수정제의 했는데 1만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입장=현재 근로자들의 임금은 15만4천∼31만여원으로 이에 1만원을 더해서는 생활급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회사가 적자라는 것은 알지만 잔업이 없어지면서 월급이 40%이상 줄어 1만원인상으로는 생활을 못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5천∼3만원의 불황수당은 회사가 불황판단을 마음대로 할수 있고 잔업시간이 월40시간미만일때 최고 3만원의 불황수당을 준다고 하지만 잔업시간조정을 자의로 할수 있어 확실한 실수령액 보장이 안된다는 것이다.
◇회사측 입장=회사측은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만해도 조선경기불황으로 4백50억원의 적자를 냈고 부채는 1조4천8백92억원으로 늘었다며 20일 제시한 인상선이상은 감당할수 없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의 요구를 전면 수락할 경우 97억원의 추가임금부담이 생겨 회사경영이 불가능하다는것.
회사측은 협상에 소극적이라는 근로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를 부인, 지난 8일이후 두차례의 노사협의회와 네차례의 노사실무소위를 통해 협상을 벌였으며 더구나 20일에는 최종합의까지 끌어내놓고 협상대표의 타결안을 그들 스스로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측은 20일의 노사 잠정합의안과 관련, 불황수당신설은 경기침체로 인한 잔업시간단축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노조지도력=그러나 협상이 결렬되고 분규가 유혈사태까지 낳게 된데는 이같은 노사 양측의 의견차에도 있지만 노사잠정타협안을 전체근로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노조집행부의 지도력 부재와 그 바탕에 깔려있는 노-노 상호 신뢰바탕의 미성숙에도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집행부는 20일의 잠정합의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득시키기보다 전체근로자 토론결과에 맡겼고, 그 결과 군중심리가 지배하는 분위기에서 강경론이 지배하게 돼 합의내용거부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노사 양측은 22일의 재협상 과정에서도 이처럼 강경 분위기에 지배된 근로자와 회사의 재무구조상 더 물러설 자리가 없다는 회사측이 팽팽히 맞섰고 결국 새로운 타결점을 찾지 못한채 파국을 부르고 말았다.
◇전망=뜻하지 않은 사태전개로 대우조선의 분규는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됐고, 이에 따른 1만6천여명의 종업원과 그 가족뿐아니라 국제적인 기업활동자체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게됐다. 회사나 근로자들의 새로운 타협의 장이 마련되지 않는한 대우조선분규는 이번 전국으로 번진 노사분규가운데 가장 어렵게 될 우려도 없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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