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토피에 관심 많더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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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피부질환 치료제 전문회사인 갈더마의 움베르토 안튜네스 회장이 자사 제품을 얼굴에 바르며 코믹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갈더마 코리아 제공]

"한국 사람들은 아토피 치료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일본에서도 어린이 10명 가운데 1명 꼴로 아토피 때문에 고생한다고 한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해 우리 회사의 아토피 방지용 비누.로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다."

피부질환 치료제 전문회사인 갈더마의 글로벌 CEO(최고경영자) 움베르토 안튜네스(44)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상대의 피부 상태를 유심히 쳐다본다. 그는 피부과 의사 뺨칠 정도로 피부 질환에 정통하다.

지난해 6월 최고경영자에 오른 안튜네스 회장이 최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 시장 상황을 알아보고, 피부학회 의사들을 만나 피부과 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40대 중반이지만 그의 피부는 30대로 보일 정도로 탱탱하다. 아침에 일어나 갈더마 샴푸로 머리를 감고, 잠들기 전엔 레티놀을 함유한 연고를 피부에 발라 잔주름을 예방해주기 때문이란다.

갈더마는 1981년 프랑스의 화장품회사 로레알과 스위스의 식품회사 네슬레가 피부질환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공동 설립했다. 본사도 프랑스 파리와 스위스 로잔에 나뉘어 있다.

안튜네스 회장이 CEO에 오른 직후인 지난해 3분기부터 피부질환 전문의약품(구매할 때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의약품) 매출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억3600만 유로(7632억원). 전세계 33개국에 지사망을 갖추고 23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국내엔 43명이 근무 중이다.

갈더마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업계 선두에 오른 데는 그의 노하우가 십분 발휘됐다는 평이다. 브라질에서 태어난 안튜네스 회장은 미국 네브라스카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한 뒤 85년 스위스 제약회사 산도스를 시작으로 제약 현장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다 96년 갈더마에 합류했다.

안튜네스 회장은 "리더십과 비전을 바탕으로 매출의 14%를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고 신물질을 꾸준히 개발해낸 결과"라며 짧은 시간에 업계 1위에 올라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피부질환 치료제 시장에 대해 매우 낙관했다. "피부질환 치료제는 질환 별로 이제 겨우 1~5% 정도 시장을 열었을 뿐이다. 사람들이 갈더마의 제품을 통해 피부질환이 치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노령화가 진행될수록 갈더마의 인지도와 시장점유율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시장이 미래 수요에 비해 작게 형성돼 있는 만큼 한 우물만 파도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안튜네스 회장은 "피부 관련 제품이 아닌 다른 분야 사업 확장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갈더마는 피부 치료제 개발의 경험을 살려 현재 피부과 병원용 치료 기기도 공급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피부암 치료 연고를 바른 뒤 광선을 쬐어주면 약효를 배가시키는 광치료기다. 이 기기와 연고는 곧 국내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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