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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정몽헌회장 특검 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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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α 사건'에서 미국체류 중인 김영완씨가 단순히 비자금을 세탁해 준 조역이 아니라 사실상 주역이었음을 보여주는 주장이 나왔다. 고(故) 정몽헌 회장이 지난 대북송금 특검 수사에서 진술한 내용에서다.

6일 본지가 취재한 鄭회장에 대한 특검수사 기록에는 鄭회장이 金씨와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난 내용이 자세히 적혀 있다.

기록에 따르면 鄭회장은 "1980년 인공위성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방위산업 관련 외국기업 에이전트이던 金씨를 알게 됐으나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이후 99년 말 갑자기 金씨가 '금강산 사업과 관련한 애로가 없느냐'고 접근해 와 다시 만나게 됐다"고 진술했다.

鄭회장은 "金씨.朴실장을 서울 P호텔 객실에서 두 세차례 만난 적이 있다"면서 "金씨에게 朴실장을 만나고 싶다고 하면 金씨가 朴실장을 모시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당시 鄭회장은 "카지노.면세점 설치에 도움을 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고 朴실장은 '도와주고 싶은데 여론 등 상황이 안좋아 어려움이 많다'며 나름대로 협조할 의사를 내비쳤다"고 털어놨다.

1백50억원을 양도성예금증서(CD)로 朴실장에게 줬느냐는 수사진의 질문에 대해 鄭회장은 "金씨가 '朴실장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1백50억원이 필요한데 도와줄 수 있느냐'고 요청해 와 이익치씨를 통해 전달했다"고 했다.

"이후에 李씨로부터 전달했다는 보고를 받았고 며칠 뒤 金씨와 H호텔 로비에서 만나 '朴실장이 돈 잘 받아 고맙다고 하더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金씨와 李씨가 짜고 1백50억원을 빼돌렸을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는 수사진의 질문에 대해 鄭회장은 "李씨와 金씨를 통해 분명 전달 사실을 들었다"고 거듭 답했다.

鄭회장의 진술 태도에 대해 한 특검 관계자는 "鄭회장은 곤란한 부분에 대해 진술을 안할지언정 거짓으로 말하는 느낌은 아니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朴실장의 한 측근은 "朴실장은 절대 1백50억원을 받지 않았으며 계좌추적과 수사를 통해 억울함을 벗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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