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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협상 여건 상당히 무르익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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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랍 포트먼(사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0일(현지시간) "지난 4~5개월 동안 한.미 간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할 여건이 상당히 무르익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올해 미국의 무역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한.미 간에 FTA가 체결되면 1990년대 초 미국이 멕시코.캐나다와 함께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가장 의미 있는 무역협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말레이시아.러시아.우크라이나.베트남.카자흐스탄.페루.오만과도 올해 FTA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 의회는 올해 이를 승인하는 일로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정부가 파나마.태국.아랍에미리트와도 FTA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제프리 숏 수석연구원은 "한국과 협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가까운 미래에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행정부가 특정국과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 이로부터 3개월간 의회의 검토 등 관련 절차를 밟게 돼 있어 한.미 간 FTA 협상 개시 시점은 5월께로 관측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신년 연설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미국과 FTA를 맺어야 하며, 조율되는 대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한.미 간 FTA가 체결될 경우 '스크린 쿼터'와 농업 분야에 미칠 부정적 여파를 우려해 그동안 협상 시작을 망설여 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중장기적으로는 2% 늘어나고 서비스산업과 경제 선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신중한 입장 속에서도 협상 준비를 위한 필요 절차에 착수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최대 현안인 스크린 쿼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문화관광부가 영화계와 계속 협의 중이며, 여건이 형성되면 협상 개시를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함께 다음달 2일 한.미 FTA 추진에 관한 공청회와 대외경제장관회의 등을 잇따라 열어 스크린 쿼터 등 쟁점에 대한 여론을 수집하고 부처별 입장을 조율할 방침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서울=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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