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복 최순실 특혜 의혹의 진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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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경찰청이 발표한 새로운 제복 디자인 [중앙포토]

지난해 경찰청이 발표한 새로운 제복 디자인 [중앙포토]

새롭게 바뀐 경찰 제복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이 최순실(61)씨 지인에게 원단 공급 사업을 맡도록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지난해 경찰 제복이 교체된 직후엔 물빠짐 현상이 일어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경찰청은 경찰 창설 70주년을 맞아 10년 만에 제복을 교체했다. 경찰 이미지를 개선하고 눈에 쉽게 띄는 디자인으로 제복을 바꾼다는 취지다. 지난해 6월 여름 근무복이 교체됐고 올해부터 점퍼, 정복, 기동복이 차례대로 바뀐다. 사업비 228억원이 들어간다.

새 제복은 교체 직후부터 논란이 됐다. 청록색 여름 상의의 염색 상태가 불량해 물빨래를 하면 물이 심하게 빠진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제복 상의를 세탁한 물이 파랗게 된 사진이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빨래 실험'까지 하며 새 제복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최근엔 최순실씨가 제복 교체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경찰이 최씨와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차순자(61) 대구시의원에게 제복 원단 공급을 맡겼다는 의혹이다. 2014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대구시의원에 당선된 차 시의원은 섬유업체인 ㈜보광직물 대표다. 장신중 경찰인권센터 소장(전 총경)은 지난 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경찰청은 지난해 강신명(전 경찰청장·53)이 독단적으로 변경한 경찰 제복의 원단을 공급한 업체가 대구 보광직물이 맞는지 밝히라"고 했다. 장 소장은 "보광직물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해외순방 시 경제사절단 명목으로 본인이 8회, 아들이 2회 등 10회를 다녀올 정도로 특혜를 받았다고 하며 이 같은 특혜의 배후가 최순실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면서 "경찰 제복 변경이 최순실에 의해 이뤄진 것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경찰 제복 교체 과정에 최씨가 개입했는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4월 20일 오후(현지시각) 페루 리마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한-페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페루측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 왼쪽에 차순자 대구시의원(보광직물 대표)이 서 있다. [사진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4월 20일 오후(현지시각) 페루 리마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한-페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페루측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 왼쪽에 차순자 대구시의원(보광직물 대표)이 서 있다. [사진 청와대]

이런 의혹에 대해 차순자 시의원은 15일 "특혜를 받은 사실이 없고 최순실씨와도 모르는 사이"라는 입장을 본지에 밝혔다. 그는 "경찰 제복 원단 공급업체 선정은 조달청이 전자입찰을 통해 한 것으로 특정 세력이 개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정식으로 입찰에 참가했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선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혜가 있었다면 입찰에 모두 붙었어야 하는데 떨어진 적도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 차 시의원은 경찰청이 낸 6차례 입찰공고에 5번 참가해 1번만 선정되고 4번은 탈락됐다.

차 시의원은 최순실씨와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데 대해서도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는 내가 최순실씨와 친하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증거를 갖고 오라"며 "일개 중소기업 사람이 어떻게 최순실을 알겠느냐"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10차례나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선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에 신청을 해서 선정된 것일 뿐"이라면서 "산업부가 정한 것을 내가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했다.

경찰 역시 차 시의원에 대한 특혜는 없었다는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경찰청 장비담당관실 관계자는 "보광직물은 다른 업체 한 곳과 컨소시움 형태로 선정됐고 그마저도 지분이 30%에 그쳤다"며 "경찰 제복 교체 사업 전체를 따져보면 보광직물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5~7% 정도에 불과해 특혜라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각종 의혹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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