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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 알베르토의 문화탐구생활] 2017, 감사하고 저축하고 느긋하라

중앙일보

입력

2017년 새해가 밝았다. 많은 사람들이 한 해의 성과를 연말에 돌아본다. 그해 잘한 일과 못한 일을 돌이켜 보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자성의 시간을 올해부터 앞당기는 것은 어떨까. 새해를 여는 순간을 올해 마지막 날로 가정하고 ‘뿌듯한 1년이었다’며 자화자찬해 보는 것이다. 그런 다음 어떻게 한 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서너 가지 적어 본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이렇게 떠올린 이유들이야말로 올해 우리가 꼭 이루고 싶은 목표일 테니 말이다. 예를 들어 나는 ‘2017년은 새해 다짐을 아주 성공적으로 실천한 해였다’고 자부하며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들고 싶다.

첫째는 ‘하루 세 가지 이상 감사하기’다. 2017년을 돌아보니 감사할 일들, 감사할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였고, 언제나 먹을 것이 충분했으며, 매일 밤 따뜻한 잠자리에 누울 수 있었다. 세계 인구 중 약 16억 명은 안심하고 쉴 만한 보금자리가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누군가 나를 도와준 일도, 칭찬한 일도, 심지어 커피 한잔 혹은 밥 한 끼 사 준 일도 모두 감사했다. 평상시에 충분히 감사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나는 매일 고마운 일을 떠올리고 기억하기로 했다.

두 번째는 ‘기부와 저축하기’다. 이것에 대해서는 일찍이 부모님께 배웠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실천하지 못했다. 나의 부모님은 빠듯한 살림에 아들 셋을 키우셨다. 그런 상황에서 여윳돈을 마련하기 위해, 두 분은 독특한 방법으로 저축을 하셨다. 새해 첫 주에 1000리라(이탈리아 구 화폐 단위)부터 모으기 시작해, 둘째 주는 2000리라, 셋째 주는 3000리라 등 매주 월요일에 전주보다 1000리라씩 더 많은 액수를 저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모으면, 그해 마지막 주 월요일이면 1년간 총 137만8000리라가 모인다. 유로화로는 700유로(약 88만원)쯤 된다. 부모님은 그 돈으로 필요한 것을 사거나, 입양 기관에 기부하셨다. 나도 2017년 1월 2일 월요일에 1000원으로 시작해, 2017년 12월 마지막 주까지 137만8000원을 저축해 기부하기로 했다.

세 번째는 ‘미니멀한 라이프스타일 유지하기’다. 지난해 TV 토크 쇼 ‘비정상회담’(2014~, JTBC)에서 ‘생활 미니멀리즘’이라는 주제로 토론한 적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생활 미니멀리즘’은 일상생활에 미니멀리즘 원리를 적용한 라이프스타일을 뜻한다. 쉽게 말해 ‘소유’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난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다. 근검절약이 몸에 밴 할머니께 보고 배운 덕에, 중학교 때 구입한, 지금은 찢어진 옷들도 ‘언젠가 입겠지’ 하며 갖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지기로 했다. 내가 가진 물건들을 조금이라도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1년 동안 한 번 이상 꺼내지 않은 옷·신발·가방·액세서리를 모아 노숙인 쉼터에 기증했다. 일단 시도해 보니 생각보다 그 느낌이 훨씬 좋았다. 가진 것들을 정리하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집도 깔끔해졌다. 그뿐 아니라 한정된 물건을 더 다양하고 효율적으로 쓰게 된다.

네 번째는 지난해 아빠가 되면서 결심한 것으로, ‘마음의 여유 갖기’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쁘게 쫓기며 살다 보니, 가족을 위한 시간이 계속 줄어들었다. 어쩌다 여유가 생겨도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갖게 됐다. 그러다 보니 가끔 영화를 보거나 늦잠을 자면 죄책감까지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갓난아기인 아들을 보노라면 ‘나도 가끔은 아기처럼 본능에 충실하게 행동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많이 놀고, 많이 웃고,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잠자는 아기의 모습에서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7년엔 나도 어린 시절 모습으로 되돌아가려는 노력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런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살다 보면, 활력을 충전할 수도 있고 반복되는 일상도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해야 하는 일’에 쫓기며 살다 보면 정작 ‘하고 싶은 일’은 못하게 된다. 시간이 없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의지를 갖고 시간을 내어 결심한 것들을 실천하면 어떨까. 스스로의 결심이야말로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대변하는 것이니까. 다들 원했던 모든 것을 충실하게 이루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알베르토 몬디
맥주와 자동차에 이어 이제는 이탈리아 문화까지 영업하는 JTBC ‘비정상회담’(2014~) 마성의 알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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