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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병앓는 강원 탄전|농성·시위 18곳서 20여건…확산조짐|올 석탄수급 차질 우려|노조 불신-임금 불만에 외부개입 겹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강원 탄전지대가 80년 사북사태이후 다시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광원들이 철도와 국도를 점거하고 광산촌에서 가두시위를 벌이는등 채탄기능이 마비된 가운데 파업 광산이 확대일로에 있어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자못 심각한 상황.
광원들의 집단행동은 무엇때문인가. 노사분규의 실태와 원인·전망·대책등을 알아본다.
◇실태=6·29선언이후 태백·정선·삼척등 강원탄전지대에서 발생한 광원들의 농성·시위는 모두18개탄광에서 2O여건.
이는 이지역에 있는 전체탄광 1백여개업체의 13%에 불과하지만 석공산하 함백·도계광업소와 삼척탄좌·어룡·한보등 국내 굴지의 국영및 민영탄광들이 대부분 노사분규를 겪었거나 진행중이어서 심각한 상태에 있다.
특히 광원들의 집단행동은 갈수록 과격양상을 띠어 7월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벌어졌던 한보탄광 통보광업소를 시작으로 지난8일에 석공 도계광업소, 9일에는 삼척탄좌 정암광업소의 광원과 가족들이 영동·태백선철도와 시가지 국도를 점거, 교통마비현상을 빚었고 광업소건물과 기물을 마구 부수는 사태까지 빚었다.
◇원인=광원들이 한결같이 요구하는 임금인상·퇴직금누진제실시·도급제페지·후생복지비지급등 처우개선과 노조에 대한 불신·노사간의 대화부족등이 노사분규의 주된 요인이 되고있다.
지난 3월 전국광산노동연맹이 금년도 임금인상을 앞두고 제시했던 임금인상률은 16%선. 그러나 태백시 관내 광원 1백인이상 40개탄광의 실제 임금인상률은 최저 5%에서 최고 7.5%로 광노련의 최종 양보선인 12%에도 크게 밑돈다.
광업주들은 지난 겨울 이상난동으로 원탄판매가 부진, 운영난이 심해 소폭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나 광원들은 호황기때 막대한 이익금을 낸것은 생각하지않고 불황만 핑계대고 임금인상을 낮춘것은 말도 안된다는 주장.
현재 태백탄전지대 광원들의 평균임금은 석공이 선산부 월45만원과, 후산부 38만원으로, 민영탄광은 이보다 2만∼3만원, 군소탄광은 5만∼7만원이 낮다.
광원들은 이같은 적은 액수로는 최저생활 보장이 어려운데다 갈수록 갱도가 깊어가면서 조건이 나빠지는 작업환경과 진·규페등 직업병 증가를 감안할 때 대우가 미진하다고 말하고있다.
광원들은 그러나 대부분의 노조가 어용화돼 근로자들의 생사가 걸린 처우개선 관철을 이루지 못한다고 불신, 이미 이루어진 노사합의도 파기하며 농성시위를 벌이면서 광업소측에 압력을 넣고 있다.
노사간의 대화부족도 분규의 주요 불씨. 어룡광업소의 경우 노조와 회사측의 의견이 대립돼 노사협의가 안되자 광원들은 투표를 통해 강원도에 쟁의발생을 신고, 30일간의 냉각기를 거쳐 지난6일부터 최저임금제 보장, 상여금인상등 19개항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업주를 비롯한 경영진은 지금까지도 나타나지 않아 흥분한 광원 및 가족 3백여명이 8일 상오10시쯤 시가지 중심도로로 진출, 도로를 점거하는 과격시위를 벌였다.
이같은 내적인 요인 이외에 재야 노동단체와 일부 종교단체등의 배후조종입김도 노사분규를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망·대책=이같은 광원들의 노사분규는 언젠가는 겪어야할 과도기적 진통이지만 최근 고조된 민주화 바람을 타고 각 탄광의 동조농성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현지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잇따른 농성시위로 인한 파업으로 채탄작업이 중단되자 석탄수급의 차질이 우려되는데다 지난80년 사북사태의 악몽을 되새겨 볼때 노사 쌍방의 자제와 양보가 절실한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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