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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요미우리 입단 "외인은 그저 보조선수 … 진짜 독해야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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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일 요미우리 입단식에서 이승엽(右)이 구단 유니폼과 모자를 쓰고 하라 감독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도쿄=연합뉴스]

*** 요미우리 선배들의 조언

"요미우리는 다르다. 일본 야구의 상징이다. 일본의 심장 한가운데로 이승엽이 갔다. 그래서 살아나오기 어렵다는 거다. 요미우리는 이승엽이 일본 선수보다 뛰어나길 원하지 않는다. 일본의 '국민구단'이기 때문에 외국 선수가, 그것도 한국 선수가 일본 선수보다 우월하다는 걸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그저 적당히 해 주길 바랄 뿐이다. 요미우리에서 외국인 선수는 일본 선수를 대신하기 위해 들어온 '보조 선수'다. 장훈 선배가 요미우리에서 뛸 때도 그랬다고 들었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 뛰다가 2002시즌 뒤 돌아온 정민태(현대)는 이승엽의 요미우리 진출을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정말 독하게, 나 혼자뿐이라는 각오로 뛰어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텃세도, 견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팀 자체가 외국인의 주도적 활약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이승엽이 올해 요미우리에서 30홈런을 때릴 확률에 대해서는 "30%도 안 된다"고 예상했다.

반면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요미우리에서 뛴 조성민(한화)은 "30개 이상 홈런을 때릴 확률이 80%가 넘는다고 본다"고 했다. 조성민은 "승엽이가 2년 동안 일본야구를 경험했기 때문에, 그리고 센트럴리그 구장이 퍼시픽리그 구장보다 작기 때문에 지난해 기록한 30홈런 이상을 때릴 수 있다. 홈런은 때리는 선수가 때린다"고 예상했다.

조성민은 또 "승엽이가 리그의 차이에 적응해야 한다. 지바 롯데가 속한 퍼시픽리그는 힘으로 맞대결을 펼치는 야구다. 5점을 주면 6점을 뽑는다는 공격적인 야구다.

그러나 요미우리가 속한 센트럴리그는 어떡하든 점수를 주지 않는 야구를 한다. 그 야구에 적응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초반에 주전을 확보해야 하고, 그 자리를 내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번 빠지면 10일 이후에나 돌아온다. 그때 감각을 다시 찾기는 어렵다"고 조언했다.

이승엽의 활약에 대한 예상은 반대지만 조성민과 정민태의 공통된 견해는 "요미우리는 기회를 보장해 주지 않는 팀"이라는 것이다. 돈이 많고 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에 조금만 실수하거나 다치거나 부진하면 곧바로 빼고, 기회를 주지 않는 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들락날락하다 보면 잘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태일 기자

*** 17억8500만원에 1년 계약

"각오가 돼 있다. 주전 1루수 경쟁에서 이길 것이다. 그런 각오가 없다면 요미우리를 택하지도 않았다."

이승엽(30)이 19일 오후 3시 일본 도쿄의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 사무실에서 입단계약서에 사인하고 도쿄돔 호텔에서 입단식과 기자회견을 했다. 정식 '요미우리 맨'이 된 것이다. 1년 계약에 계약금 5000만 엔, 연봉 1억6000만 엔 등 총 2억1000만 엔(약 17억8500만원)의 조건이다. 이승엽은 요미우리의 전설적인 스타인 나가시마 시게오 전 감독이 한 때 사용했던 '33번'의 등번호를 받았다.

요미우리는 "일본 국민 3분의 2가 야구팬이고, 그중 70%가 요미우리 팬"이라는 말처럼 일본 야구의 혼이며 전통이며 자존심이다. 최고 인기구단이자 명문구단이다. 이승엽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팀에 들어와 영광이며 나를 불러준 분들께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요미우리 하라 감독은 "이승엽은 박력이 있고 스포츠맨답다. 2년간 롯데에서 그는 눈부셨다. 그와 함께 요미우리가 새롭게 태어나게 하겠다"고 이승엽을 환영했다.

외국인 선수가 요미우리에서 살아남기 힘든 팀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이승엽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또 한번 과감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수비를 해야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고, 롯데에서는 지명타자로 뛸 수밖에 없어 1루수 주전 확보 가능성이 있는 요미우리를 택했다는 게 이승엽의 설명이다.

이승엽은 "롯데에는 훌륭한 1루수(후쿠우라)가 있다. 원래 1루수인 내가 주전으로 출전할 수 있는 틈이 없다. 반면 요미우리는 해볼 만하다. 1루수 경쟁에서 이겨 주전을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계약이 끝나 홀가분하다. 그동안 의리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 약속을 깬 것에 대해 롯데에 미안하다. 일본은 약속을 중시하기 때문에 마음에 많이 걸렸다. 요미우리가 한국 선수의 무덤이었지만 잘할 수 있는 각오가 돼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승엽은 20일 오후 8시 귀국해 국내에서 훈련하다 31일께 일본으로 떠나 2월 1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리는 요미우리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태일 기자

*** 요미우리는

1934년'일본 도쿄 야구 구락부'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일본의 첫 프로야구 클럽이다. 36년부터 프로리그에 참가해 지난해까지 총 38회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의 양대 체제가 시작된 50년 이후에는 센트럴리그 소속으로 일본시리즈에서 20차례나 우승했다.

9년간 일본시리즈를 연속 제패한 65년부터 73년까지가 전성기였고, 이때 일본 최고의 팀으로 입지를 굳혔다. 당시 요미우리는 3번 타자 오 사다하루(왕정치)와 4번 타자 나가시마의 'ON포'를 자랑했으며 고도 경제 성장 중이던 일본 사회의 상징으로 인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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