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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아빠' 바짓바람 구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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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과 이들을 현장에서 '적극' 뒷바라지하고 있는 아버지들의 세련되지 못한 행태가 결국 LPGA의 도마 위에 올랐다.

LPGA의 타이 보토 커미셔너는 6일(한국시간) 웬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을 따로 불러 ▶라운드 도중 (아버지 등과) 한국말로 이야기하지 말고 ▶프로암에 나가서는 동반 아마추어 골퍼들과 좀 더 대화를 많이 하고 ▶선수들을 위해 마련한 음식을 밖으로 갖고 나가지 말 것 등을 요구했다.

보토 커미셔너는 "(영어가 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한국 선수들이 프로암 때 말을 거의 안해 함께 라운드하는 아마추어들이 불평을 많이 하며, 라운드 도중 아버지들과 한국말로 얘기를 나눠 다른 선수들로부터 '코치를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이와 관련, AP 통신은 이날 골프전문지인 골프월드의 기사를 인용해 "일부 한국 골퍼 아버지들이 숲으로 떨어진 딸의 볼을 슬쩍 옮겨놓는가 하면, 먼저 그린으로 가 어디로 쳐야 할지, 어떤 클럽을 잡아야 할지를 수신호로 알려주고, 코스 밖에서는 한국말로 코치를 한다는 불만이 미국 선수들로부터 제기돼 LPGA가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골프규칙 8조1항에 따르면 선수는 라운드 도중 캐디 이외에는 다른 어떤 사람으로부터도 조언이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며 위반시에는 2벌타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 현지에서 대학을 다닌 양영아(25) 등 한국 선수들은 커미셔너의 이 같은 요구에 즉각 항의했다.

이들은 "스웨덴 등 다른 외국선수들도 자국어로 얘기할 때가 많은데 한국 선수들만 따로 불러 주의를 주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자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프로골퍼가 아마추어인 아버지의 코치를 받을 리도 없고, 수많은 갤러리 틈에 섞여있는 아버지를 찾아다닐 여유도 없다"며 "설령 그런 일이 있다면 룰에 따라 해당 선수를 징계하면 될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한국 부모들의 현장 뒷바라지가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으며, 앞으로 오해를 살 행동을 하지 말고 조심해야 할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달 US여자오픈 때 C선수가 친 공이 나무 밑으로 갔을 때 공을 찾던 C선수의 아버지가 공을 건드리는 것을 함께 라운드한 K선수의 부모가 봤고, 이로 인해 부모들끼리 언쟁하는 사태가 있었다.

또 다른 K선수도 과거 2부 투어에서 뛸 때 아버지가 공을 발로 건드려 옮겨놓았다는 구설에 올랐었고, US오픈 때 딸의 캐디를 맡았던 미셸 위의 아버지는 한 미국 선수와 매너 시비로 언성을 높인 적이 있다.

한편 타이 보토 커미셔너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들을 불러모은 것은 골프 규칙과 LPGA 규정을 숙지하도록 당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지만 (한국 선수들 아버지가) 골프 규칙을 어겼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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