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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오르자 양념값도 들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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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예년과는 달리 태풍·집중호우가 파상공세를 보인 올해 장마는 많은 인명피해와 이재민을 내고 농경지·산업시설의 침수등 막대한 직접피해를 가져온 외에 생필품 가격상승으로 가계에도 적지 않은 주름을 주고있다.
장마뒤의 물가동향을 현장점검해본다.
무엇보다 김치가 「금치」로 됐다는게 요즘의 장바구니물가를 가장 실감케하는 점.
6백∼7백원이면 살수 있던 배추 한포기 값이 1천3백원(상품기준)으로 배이상 된 것을 비롯, 무우가 3백→6백원, 열무한단이 2백50→6백원, 애호박이 1백50→4백원, 시금치 한단이 2백50→4백원, 상치 한단이 3백→1천4백원등 채소류값이 수해를 전후하여 최근 보름여새 올라도 엄청나게 올랐다.
특히 그렇지않아도 물량부족얘기가 나돌던 대파는 1단에 3백원 하던 것이 1천원선까지 폭등했으나 그나마 구하기가 어려워 『배급받듯 조금씩 받아오고있는 형편』 이라는게 경동시장의 도매상인 신모씨의 얘기다. 『하루 1백∼2백원씩 매일 오른 가격을 받으려니 팔면서도 고객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어느 야채상은 말했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채소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시기적으로 출하지역이 경기도일원에 집중, 이번 수해로 인한 피해가 워낙 크고 반입량 변화가 심한데다 고온에 우기가 장기화하면서 호박·오이등 열매채소류의 낙화현상등 작황이 나빠진 때문이라는게 농어천개발공사 유통관계자의 분석. 뿐만아니라 최근의 기후탓으로 서울로 올라오는 중에 썩어버리는등 보관·관리가 힘들어 허실되는 부분이 많고 상·하품간의 차이가 심한것도 가격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채소값에 덩달아 마늘·고추·감자등 수해의 직접적 영향이 없었던 다른 작물들의 가격도 들먹이고있어 소비자들의 부담을 더 크게 하고있다.
경동시장에서 만난 주부 박모씨는 『김치를 담그는데 3천원정도면 되던것이 요새는 6천∼7천원으로도 빠듯하다』며 『장보기가 겁날 정도』 라고 말했다.
쌀값도 가수요로 일반미 중품4kg가 7월 중순께보다 5백원정도 오른 4천5백원선에 소매거래되고 있으며 상품은 4천8백원 수준.
그러나 청량리시장서 미곡상을 하는 이모씨는 『요즘 중품이라야 종전것보다 훨씬 질이 떨어진다』며 품질까지 따지면 실제 오른폭은 훨씬 크다고 밝혔다.
채소값의 폭등세와는 달리 장마철에 값이 떨어졌던 과일값은 최근 하루 이틀새 날씨가 들면서야 조금 시세를 회복.
햇볕이 난 5일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는 60개들이 (15kg) 복숭아 한상자가 1만1천원대(도매) 의 시세를 형성, 한동안 7천∼8천원을 밑돌던 약세를 벗어났다. 수박·포도등 다른 제철과일들도 오랜만에 시세가 살아나고 있다.
과일값이 맥을 못췄던 것은 워낙 성출하기인데다 수해로 낙과등 피해를 보아 상품성이 떨어진 물량이 대량 출하된 때문.
과일상들은 리어카소매상들이 골목골목 파고들어 소비를 촉진하고 과일이 제맛이 들기 위해서도 햇볕이 갈들어야 된다며 날씨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있다.
생선값도 태풍과 수해의 여파로 값이 크게 올랐다.
5일 현재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종전 4백원 정도이던 고등어가 6백원, 중갈치가 1천원선으로 지난 7월중순보다 2백∼3백원씩 오른 시세로 거래됐으며 동태·이면수등 냉동어들도 덩달아 오름세.
반면 포클랜드등지서 잡은 원양오징어가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오징어값은 오히려 내렸다.
한편 연안에서 잡히는 광어·민어·송어·도미등 회감으로 쓰는 고급어종들은 태풍의 큰영향없이 대체로 보합세를 유지했다. 다만 여름철 산지 소비가 많은 붕장어 (아나고)와 숭어의 경우는 kg당 2천∼3천원씩 (죽은것 기준) 올라 바캉스철의 수요증가를 반영했다.
공장침수등 산업시설에 대한 수해에도 불구하고 라면·화장지등 공산생필품들은 가격의 진폭이 거의 없는 편.
강남등지가 물에 잠겼던 지난달말께 지역에 따라서는 식빵·라면·부탄가스등 비상용품들이 동이 나기도 했지만 일시적 현상에 그쳤다.
다만 여름철수요기를 맞아 메리야스류가 5%정도 값이 올랐고 서해안에 집중돼있는 염전들의 피해로 수요기를 앞둔 소금값이 kg당 1백∼2백원 정도 들먹이고 있는중.
생필품 이랄순 없지만 물가의 오르내림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금값이 계속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3.75g 돈쭝당 5만5천원선(순도 99%기준)이던 것이 수해를 전후로 5만9천∼6만원까지 올랐으며 거의 비상사태를 맞다시피했던 수해지역 주변 도시들에서는 품귀현상까지 빚었다는 종로의 한 금은방 주인의 얘기다.
특히 최근 국제금값이 치솟고 있는데다 가을철 수요기를 바로 앞두고있어 금시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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