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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소 건드려 적을 분산시켜라…중국 랴오닝함 ‘위위구조’ 병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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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 전대가 12일 오전 대만해협을 통과했으며 후속 임무를 계속 펼친다고 량양(梁陽) 중국 해군 대변인이 밝혔다. 이로써 랴오닝함 전대가 한 달여간 대만을 순회하며 펼친 원양 훈련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12일 최근 일련의 중국군 훈련을 최고 지도부의 승인 아래 펼쳐진 고대 36계 병법 중 두 번째인 ‘위나라를 포위해 조나라를 구하는(圍魏救趙·위위구조)’ 책략으로 풀이했다. ‘위위구조’ 전술은 “모여있는 적보다 흩어진 적이 유리하고, 적의 강점보다 숨은 약점을 공격해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 강한 적을 분산시키는 전법이다.

지난 한 달간 중국 해·공군의 도발은 주도면밀하게 펼쳐졌다. 지난해 12월 10일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훙(轟)-6가 대만을 순회 비행했고, 랴오닝함 항모 전대는 15일 보하이(勃海) 훈련을 시작으로 서해 훈련을 거쳐 대만과 오키나와 사이의 미야코(宮古)해협을 관통해 서태평양에 진출했다. 뉴질랜드·미국·캐나다를 순회하고 칭다오(靑島) 모항으로 귀환하던 미사일 호위함 옌청(鹽城)함과 다칭(大慶)함, 보급선 타이후(太湖)함 편대는 항로를 바꿔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사이의 쓰가루해협을 통해 동해로 진입한 뒤 대한해협까지 관통했다. 훙-6 6대와 윈(運)-8 조기경보기, 윈-9 정보수집기 편대는 지난 10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고의 침범한 뒤 동해로 귀환하던 해군 편대와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밀집 훈련의 전략 목표는 한국·미국·일본·대만 4개국과 동북아·남중국해·서태평양 3개 지역을 망라했다. 이처럼 4국3지를 휘젓는 공세는 최고 지도부의 승인이 필수다.

한 달간 한·미·일·대만 휘저어
고대 군사전략 36계 중 두 번째
남중국해·사드 압박 동시 겨냥

지난해 12월 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하고 일본이 주대만 외교 창구의 명칭에 대만을 표기하는 등 미·일이 대만 카드로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을 높여 남중국해와 북핵 등 기존 전략적 압박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노렸다.

역내 경쟁국인 일본에 대해서는 전략 요지인 대한해협과 쓰가루해협, 동해를 노렸다. 이곳의 훈련을 상시화함으로써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와 남중국해에 대한 일본의 발언 빈도를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로 갈등 중인 한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 효과도 겨냥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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