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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000만 지키자] ‘출산 늘려라’ 파격 처방…첫 애만 낳아도 최고 350만원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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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충북 영동군이 올해 첫째 아이 출산장려금을 종전 3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11배 정도 올렸다. 첫째 아이 출산장려금으로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영동군은 또 둘째는 50만원에서 380만원, 셋째는 500만원에서 510만원으로 인상했다. 반면 넷째 아이는 1000만원에서 760만원으로 내렸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첫째 아이 출산장려금으로 30만~50만원을 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세복 영동군수는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부부가 늘고 있는데 첫째 아이 장려금을 적게 주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아 조정했다”고 말했다.

지자체 출산장려금 정책이 달라지고 있다. 첫째 아이부터 출산장려금을 듬뿍 주는 방식이다. 또 전체 출산장려금 규모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이런저런 대책에도 인구가 좀처럼 늘지 않자 내놓은 극약처방이라 할 수 있다. 출산장려금을 대폭 올린 영동군 인구는 50년 전만 해도 충북 군 지역 중 가장 많은 12만4000여 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갈수록 인구가 줄면서 몇 년째 5만 명 선을 턱걸이하고 있다. 지난해 말 영동군 인구는 5만553명이다.

“첫째 출산이 둘째로 이어지게
처음부터 출산장려금 많이 주기로”
공주·여수·광주 등 잇달아 올려
경기 양평군도 0원 → 200만원 책정

정부가 집계한 지난해 출산 아동은 40만6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7.4%(3만2420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은 2015년 1.24명에서 지난해 1.17명으로 떨어졌다. 인구는 자치단체의 존립과 직결된다. 인구가 줄면 예산이 감소한다. 정부가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을 책정할 때 인구가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지자체 조직과 공무원 수도 인구에 따라 조정이 이뤄진다. 또 인구가 줄면 지역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소비가 줄면서 생산력이 떨어진다.

경기도 양평군은 올해부터 첫째 아이에게도 출산장려금 2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양평군은 출산장려금을 둘째부터 줬다. 양평군 출산장려금은 둘째 300만원, 셋째 500만원, 넷째 700만원, 다섯째 1000만원, 여섯째 이상 2000만원이다. 자녀를 여섯 명 낳게 되면 47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김선교 양평군수는 “첫째 아이 출산이 둘째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게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첫째 출산장려금을 5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올렸다. 또 둘째 100만원에서 150만원, 셋째 200만원에서 300만원, 넷째 이상은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인상했다. 공주시 인구는 2012년 말 11만7298명에서 지난 11일 현재 11만962명으로 줄었다. 전남 여수시도 첫째 출산장려금을 기존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둘째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인상했다. 셋째 이상은 500만원을 지급한다.

광주광역시도 둘째부터 지원하던 출산장려금을 올해부터 첫째까지 확대했다. 또 둘째 이상도 5만원씩 추가해 첫째 5만원, 둘째 15만원, 셋째 이상은 55만원을 지급한다. 전북 부안군은 지난해 10월부터 지원이 없던 첫째 아이에게 100만원을 주고 있다.

이미 첫째부터 출산장려금을 많이 주는 지자체도 있다. 세종시는 2014년 7월부터 첫째부터 순서에 관계없이 120만원을 준다. 그 이전엔 첫째 30만원, 둘째 120만원, 셋째 240만원을 지급했다.

오종수(61)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산장려금이 출산율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애를 날까 말까 고민하는 젊은 부부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첫아이부터 과감하게 출산장려금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양평=김방현·전익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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