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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증가 속도 확 꺾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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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한풀 꺾였다. 대출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거래는 줄었기 때문이다. 갈 길 잃은 돈은 수시입출식 예금에 몰렸다.

작년 12월 증가액 전월의 반도 안돼
마이너스 대출도 2000억 감소

한국은행이 12일 내놓은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이 가계에 내준 대출 잔액은 708조원이다. 12월 한 달 동안 3조5000억원 증가했다. 11월 8조8000억원이었던 월별 대출 증가 폭이 12월 들어 반토막났다. 지난해 2월(2조9000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 수치다.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수요가 줄었다. 주택 거래량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11월 1만1000가구였던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12월 9000가구로 줄었다.

은행 가계대출은 저축은행과 보험사 대출 같은 비은행권 대출을 빼고 낸 통계다. 한은이 분기별로 산출하는 가계신용(빚) 통계보다 범위가 좁다.

은행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533조원으로 한 달간 3조6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이 11월(6조1000억원) 절반 수준이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은 12월 말 174조2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2000억원 줄었다. 연말 상여금을 받아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갚은 직장인이 많았다.

은행이 기업에 내준 대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말 은행의 원화 기업대출 잔액은 744조9000억원으로 한 달 새 15조원 줄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0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부채 비율을 낮추려고 연말에 빚을 일시에 상환한 기업이 많았다. 불투명한 경기 흐름에 은행 또한 기업대출을 조였다.

불확실한 경제와 낮은 금리 탓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은 더 늘었다. 각종 펀드, 정기예금이 아닌 수시입출식 예금으로 자금이 몰렸다. 지난해 12월 수시입출식 예금 잔액은 572조9000억원으로 한 달 동안 23조5000억원 급증했다. 반면 정기예금 잔액은 이 기간 12조6000억원 줄어든 56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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