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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멕시코 대선… 좌파 바람, 미국 턱밑까지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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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남미에 몰아치고 있는 좌파 돌풍이 7월 2일 멕시코 대선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중도좌파 민주혁명당(PRD) 후보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52) 전 멕시코시티 시장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볼리비아에 이어 좌파로의 정권교체가 가능한 상황이다. 민족주의적 좌파 성향인 게릴라 단체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의 마르코스 부사령관이 큰 변수다. 대선후보로 등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마르코스는 '밑으로부터의 혁명'을 내걸고 오토바이로 6개월간 전국을 도는 이색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 우파 경제개혁 실패=멕시코에서 좌파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우파의 실정에다 중남미의 좌파 돌풍에 힘입어서다. 비센테 폭스 현 대통령은 중도우파 국민행동당(PAN) 후보로 2000년 대선에서 71년간 독주해온 제도혁명당(PRI)을 무너뜨리고 당선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인기는 있지만 리더십은 없는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약으로 내걸었던 경제개혁과 고용 창출에 실패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PAN은 펠리페 칼데론(43) 전 에너지 장관을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 PRI는 로베르토 마드라소(53) 후보를 앞세워 재집권을 시도하고 있다.

◆ 칠레가 모델=선두주자 오브라도르 전 시장은 재임 중 노년층에 연금을 지급하고, 교통 체증을 해소하는 데 성공해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그는 멕시코 경제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외치고 있다. 그는 "멕시코인이 미국으로 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가는 것을 보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도 없다"며 "내 목표는 누구도 일자리를 찾기 위해 조국과 가족을 버리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브라도르는 중남미의 좌파 바람에 편승해 이득을 보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자신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좌파 대통령과 비교하는 얘기를 듣고 화를 벌컥 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AP통신은 "오브라도르가 좌파 지도자이기는 하지만 보수적인 경제정책을 펴고 있는 칠레를 잠재적인 모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브라도르가 승리한다면 중남미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중남미에서 좌파 정권이 속속 들어서는 가운데 미국 바로 옆집인 멕시코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는 것은 미국에 대단한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민족주의 좌파도 부상=마르코스는 가난한 원주민, 학생, 노조 지도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아래를 위한 대안'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오브라도르를 포함한 모든 대선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마르코스는 "머지않아 우리는 정권만 바뀌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수많은 약속과 거짓말을 듣게 될 것"이라고 유권자들에게 경고했다. "어떤 정당이든 정권을 잡고 색깔을 바꿀지는 몰라도 체제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작은 투쟁의 힘을 모아 진정한 변혁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도시 지역에서는 그를 '마스크 쓴 게릴라'쯤으로 여기며 그의 영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마르코스의 사파티스타가 세력을 키워 새 정권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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