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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독일 록 밴드 ‘크립테리아’의 보컬 교포 2세 조·지·인 2월 내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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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 이민 2세대 출신의 여성 로커 조지인(왼쪽에서 셋째)과 독일 로크 그룹 크립테리아 단원들이 녹음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했다.

떠듬거리며 '뽀뽀뽀'란 동요를 부르던 그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감돌았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무척이나 낭랑하다. 잔뜩 구름이 낀 유럽의 겨울날씨를 한 방에 날려버릴 기세다. 독일 서부 쾰른시 외곽의 한 녹음 스튜디오에서 만난 교포 2세 여성 조지인(28)의 첫 인상은 그만큼 상큼했다.

그는 2004년부터 '크립테리아(그리스어로 비밀이라는 뜻)'라는 독일 록 밴드의 보컬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독일로 이주한 광부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독 한국인 2세다. 쾰른대에서 음악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음대에 다시 진학해 2년간 피아노와 성악을 더 공부한 학구파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가수가 된 이유를 "유치원 때부터 남 앞에서 노래하길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클래식을 전공하다 갑자기 록 가수로 방향을 틀게 된 계기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클래식 음악에는 지켜야할 어떤 규칙이 있지요. 하지만 내 감정을 음악적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조지인과 크립테리아는 우리에게 보니엠 이후 가장 관심을 끄는 독일 밴드다. 이들이 2004년 7월 첫 선을 보인 '리베라티오(구원)'는 단숨에 싱글차트 2위에 올랐다. 이 곡은 2004년 말 동남아 쓰나미 재해를 돕기 위한 RTL 텔레비전 방송의 성금모금 배경 곡으로 선정돼 유명해졌다. 수록앨범인 '인 메디아스 레스(본론으로 들어가자는 뜻의 라틴어.사진)'는 25만 장이 팔려나가 음반사로부터 골든 디스크를 받았다.

이들 음악의 특징은 클래식과 록 음악을 절묘하게 뒤섞어 독특한 음색을 만들어 내는 크로스 오버이다. 특히 무대 위에 울려퍼지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자유분방한 록 음악에 웅장한 클래식 음악의 옷을 입혀 격조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크립테리아가 이 같은 새로운 형식의 록음악을 선보이자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공영방송인 ARD TV는 지난해 4월 초 800만 명 시청자를 대상으로 무대에 설 기회를 마련해 줬다. 그러나 공교롭게 방송 출연 직전 발표된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의 서거 소식에 출연계획이 갑자기 취소됐다. 그렇지만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이들의 신곡은 인기차트 순위 10위안에 연이어 입성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독일 언론은 '새로운 현상'이라며 주목했다.

록 음악의 왕국인 독일에서 크립테리아는 과연 얼마나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일까. 쾰른의 음반 판매점을 찾았다. 전화나 서면인터뷰에 의존한 국내 언론의 보도 내용을 확인해 보니 다소 과장되거나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조사를 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매장에서 만난 판매 직원과 고객 10명 가운데 7명이 크립테리아 밴드를 알고 있었다. 진열장에는 음반제조업체인 소니 BMG와 EMI가 만든 CD 디스크가 각각 20.99유로와 14.99유로의 정가에 팔렸다. 대량으로 유통되는 10유로 미만의 저가 디스크와는 달리 최신 인기곡으로 대접을 받고 있었다.

2002년 결성된 새내기 밴드가 어떻게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비결은 프로정신. 크립테리아의 고정 멤버 3명은 벌써 15년째 함께 작곡과 음반 제작을 함께 해오며 손발을 맞춰왔다. 기타리스트인 크리스토프 지몬스(37)는 수많은 히트곡의 작곡과 제작을 맡아왔다. 드럼을 맡고 있는 쿠쉬너루스(39)는 작곡과 가창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베이스를 담당하는 프랑크 슈툼폴(36)은 영화나 광고필름용 음악을 제작해 왔다. 이들의 작업실 벽에는 수많은 판매실적을 제작 음반사가 확인해 주는 골든.플래티넘 디스크가 빼곡히 걸려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의 손을 거쳐 팔려나간 앨범은 1000만 장이 넘는다.

크립테리아 밴드가 조지인을 스카우트한 이유는 무엇일까. 동료인 지몬스는 "그는 사랑과 슬픔 등 모든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보기 드문 재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슈툼폴도 "목소리, 가창력, 무대에서의 매너와 재능을 봤을 때 그는 특급가수"라며 "인간적으로도 우리와 완벽하게 호흡이 잘 맞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지인과 크립테리아 밴드는 요즘 가슴이 설렌다. 다음달 9일로 잡힌 한국 쇼케이스가 성큼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인은 "고국 무대에 설 생각을 하면 행복하면서도 아주 긴장된다"며 "호빵도 먹고 싶고 윤도현 밴드도 꼭 만나고 싶다"고 희망했다. 나머지 동료는 "싱글앨범인 '빅토리암 슈페라무스(승리를 준비하며란 뜻의 라틴어)'가 올 월드컵에서 많이 불리길 원한다"고 말했다. 국내 발매 앨범엔 이 곡의 한국어 보컬 버전 '승리를 위하여…'도 보너스로 실린다. 이들은 "한국 공연이 끝나면 동유럽 진출의 교두보인 폴란드 초청공연에 나선다"고 귀띔했다.

쾰른(독일)=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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