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이창호, 밑지는 장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4강전 2국 하이라이트>
○ . 후야오위 9단(중국) ● . 이창호 9단(한국)

준결승 1국에서 명승부를 보여주었던 이창호 9단과 후야오위(胡耀宇) 8단이 하루 쉬고 다시 만났다. 1국은 피카소의 추상화처럼 모호했고 시종 안개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2국에서 두 사람은 완벽하게 전통적인 모습으로 돌아갔다.

장면1=쌍방 견실한 포진으로 맞서고 있다. 흑은 상변이 좋고 백은 우변이 자랑이다. 흑을 쥔 이창호 9단이 32에서 손을 돌려 우하 33의 요소로 달려갔다. 상변은 A로 한 수 지켜야 완성형이다. 이를 손 뺀 것은 33자리가 백이 둘 경우 기막힌 곳이기 때문이다. 좌상은 손 빼도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고 본 것이다. 후야오위 8단은 즉각 34로 덤벼왔다. 흑의 대응이 어려운 장면이다.

<참고도>=흑1은 쉬운 맥점이면서도 공격적인 응수다. 백?를 상대하지 않고(강화시켜 주지 않고) 귀 쪽으로 기대며 백을 분단한다. 백이 2로 뻗을 때 3으로 뛰어나가 어지러운 싸움이다. 그러나 "좀 더 어려운 쪽은 백"이라고 박영훈 9단은 말한다. 상변 백 두 점의 타개가 꽤 어려운 숙제라는 것이다.

장면2=이창호 9단은 35로 젖혔다. 36은 예상된 강수고 37, 39로 한 점 잡은 것도 당연한 기세다. 백은 40, 42로 귀를 챙겼다. 이창호 9단이 가장 간명한 변화를 택한 것인데 과연 누가 남는 장사일까. 백 쪽이 벌었다고 한다. 쌍방 얻은 실리는 비슷하다(흑엔 B의 패맛이 남아 있다). 그러나 두터움 면에선 다르다. 상변 흑은 이미 두터웠던 곳인데 반해 백의 두터움은 새것이다.

이 두터움이 등장하자 좌변 흑진이 상대적으로 엷어졌다. B, C 등의 침입수가 강력해진 것이다. 그만큼 백이 벌었다는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