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저커버그의 자비스 집집마다 설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세상을 인식하는 능력이 거대한 돌파구를 열 것이다(The ability to perceive the world is an enormous breakthrough).”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7’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자신 있게 ‘인공지능(AI) 빅뱅’을 예고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강단에 오른 그는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학습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공상과학 소설 같은 일이 곧 현실이 된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인공지능 빅뱅 예고

엔비디아는 1990년대부터 PC에서 3D게임을 할 때 사용하는 고성능 그래픽카드 ‘지포스’ 시리즈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AI와 이를 활용한 스마트카 분야의 강자로 변신했다. 실제 사물을 컴퓨터 화면에 구현하는 그래픽카드 기술은 자동차 주변 환경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능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습을 통한 발전(딥 러닝) 기능을 접목했다. 황은 자동차뿐 아니라 미래 가정에도 AI가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마크 저커버그가 자기 집에 설치한 페이스북 AI 비서 ‘자비스’를 엔비디아는 집집마다 설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를 강조한 것은 황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기조연설자인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던진 주제도 역시 AI다. 곤 회장은 “2030년까지 사람의 조작이 완전히 필요 없는 AI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며 “목표는 배출가스 제로, 사상자 제로”라고 밝혔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음성인식 비서 ‘코타나’가 어떻게 운전을 더 안전하고 원활하게 만드는지 시연하기도 했다.

AI의 대중화는 사람과 컴퓨터의 소통 방식을 바꾸는 인터페이스 혁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리처드 유 화웨이 CEO는 기조연설에서 신제품 메이트9을 소개하며 “세계 최초로 아마존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폰”이라며 “사용자와 스마트폰이 직접 말을 주고받는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7년 시작된 CES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의 진화와 그 맥을 같이해 왔다. 68년 더글러스 엥겔바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최초의 마우스를 내놓으면서 윈도 시리즈 등 그래픽 인터페이스의 시대가 열렸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으로 터치 인터페이스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이제는 AI가 사람의 목소리·시선 등을 알아차리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키보드·마우스, 그리고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정보를 얻었지만 앞으로는 AI와 대화하며 필요한 정보를 얻고, 운전·가사노동 등을 지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이번 CES에서는 음성인식으로 무장한 AI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일까. 지난해 초 다보스포럼의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은 “AI의 발달에 따른 4차 산업혁명으로 고용 없는 성장의 심화, 파괴적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직업과 일자리 소멸, 그리고 일자리의 양극화가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대부분의 버스·택시 기사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의사·변호사·세무사 등도 AI로 대체되면서 30년 후 실업률이 5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융합(컨버전스)과 사물인터넷(IoT) 등 과거 CES에서 선보인 기술이 현실화되는 데 몇 년 걸리지 않았다”며 “기업과 사회 모두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대안 마련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