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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한국 안 간다” 귀국 의사 철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덴마크 검찰에 6일째 구금돼 있는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가 조건부 자진 귀국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가 현지에 있는 지인에게 “한국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외부와 접촉이 안 되는 정씨 입장은 일부 언론이 정씨 지인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초 “아들과 함께 있을 수 있게 불구속 수사를 하면 자진 귀국하겠다”던 입장에서 바뀐 것이다.

변호사 교체…송환 장기화 가능성
덴마크 검찰, 정씨 관련 오늘 회견

하지만 한국에 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아직 유보적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최근까지 자신을 변호하던 변호사를 교체했다. 향후 범죄인 인도 소송에서 본격적인 대응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덴마크 검찰은 7일 정씨 송환 문제와 관련해 코펜하겐의 중앙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지난 3일(한국시간) 정씨를 만난 대사관 관계자는 “정씨가 생각보다 모성이 강하더라. ‘한국에 가서 구속되면 애 봐 줄 사람도 없다’며 눈물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씨가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지 5일 만에 19개월 된 아들을 처음 면회한 뒤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검팀은 “범죄자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며 법에 따른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씨의 결정에는 덴마크 구치소의 생활여건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구치소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형이 확정되기 전에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인의 자유를 허용한다. TV나 신문을 보는 데 제약이 없고 외부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도 있다. 변호사 자문은 물론 외부 통화도 가능해 대응책 마련에 불편함이 없는 상태다. 정씨는 덴마크 3~4위권 로펌(tvc) 소속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를 고용해 한국 송환에 대비해 왔다. 특검팀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덴마크 검찰이 받아들이더라도 정씨가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면 송환은 특검 기간을 지나 길게는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실제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프랑스에서 체포된 유병언씨의 장녀 섬나씨는 프랑스 법원에서 3심까지 패소했지만 다시 유럽인권재판소에 재판을 청구하며 2년 넘게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덴마크 올보르=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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