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으로 평균보다 네 배가량 높다. 이 수치가 와 닿았던 날이 있었다. 지난해 한 공기업에서 청년인턴으로 일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노인들에게 요양에 드는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해주는 회사였다. 물론 재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심사를 통해 등급별로 지원 비율에 차등을 두었다. 여기서 탈락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들에게 왜 등급을 받지 못했는지 설명해줘야 하는 일 또한 꽤나 많았다는 뜻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차장님께서 회의실로 호출하셨다. 일을 잘못 처리했나 싶어 긴장했는데 차장님의 입에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말들이 흘러나왔다. “소영씨는 등급 외(外)인 분들을 대할 때 뭐랄까, 귀찮은 손님을 대하는 것 같아. 그들에게 소영씨는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 이건 생계유지가 달린 문제거든.”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 등급외가 되면 돈이 조금 더 들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조금이 누군가에겐 전부일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다.
정책을 만들 때도 이런 점을 간과한 것인지 등급 탈락자들은 노인돌봄서비스라는 것을 신청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이 일일이 대상자를 발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지켜보며 관리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요즘 빈곤 노인들 사이에 ‘동전받기 리스트’가 떠돈다고 한다. 여기엔 이른 아침 500원짜리 동전을 나누어주는 교회나 성당의 이름과 위치 등이 적혀 있다. 왜 그들은 거리로 내몰리게 된 것일까. 통계청의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노인의 취업률은 28.9%이다. 그중 고위 임직원 및 관리자는 3.7%, 사무직 종사자는 단 1.5%뿐이다. 이외 대다수의 노인들은 저임금군인 농·어·축산업 또는 단순노무직에 종사한다.
‘증세 없는 복지’ 같은 허울 좋은 립 서비스는 누구나 할 수 있다. 2014년 7월 기초연금제도가 새롭게 시작되었지만 보충급여의 원칙에 따라 실제로 받게 되는 금액은 기초생계비 수준이 최대일 뿐이다. 빈곤 전 개입하는 사전예방적 정책이 필요한 시점 같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의 시기 또한 늘어났기 때문에 노동 정년을 늦추고,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사회가 주력해 주었으면 한다.
김소영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