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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학생칼럼

거리의 노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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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소영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1학년

김소영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1학년

50%.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으로 평균보다 네 배가량 높다. 이 수치가 와 닿았던 날이 있었다. 지난해 한 공기업에서 청년인턴으로 일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노인들에게 요양에 드는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해주는 회사였다. 물론 재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심사를 통해 등급별로 지원 비율에 차등을 두었다. 여기서 탈락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들에게 왜 등급을 받지 못했는지 설명해줘야 하는 일 또한 꽤나 많았다는 뜻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차장님께서 회의실로 호출하셨다. 일을 잘못 처리했나 싶어 긴장했는데 차장님의 입에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말들이 흘러나왔다. “소영씨는 등급 외(外)인 분들을 대할 때 뭐랄까, 귀찮은 손님을 대하는 것 같아. 그들에게 소영씨는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 이건 생계유지가 달린 문제거든.”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 등급외가 되면 돈이 조금 더 들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조금이 누군가에겐 전부일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다.

정책을 만들 때도 이런 점을 간과한 것인지 등급 탈락자들은 노인돌봄서비스라는 것을 신청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이 일일이 대상자를 발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지켜보며 관리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요즘 빈곤 노인들 사이에 ‘동전받기 리스트’가 떠돈다고 한다. 여기엔 이른 아침 500원짜리 동전을 나누어주는 교회나 성당의 이름과 위치 등이 적혀 있다. 왜 그들은 거리로 내몰리게 된 것일까. 통계청의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노인의 취업률은 28.9%이다. 그중 고위 임직원 및 관리자는 3.7%, 사무직 종사자는 단 1.5%뿐이다. 이외 대다수의 노인들은 저임금군인 농·어·축산업 또는 단순노무직에 종사한다.

‘증세 없는 복지’ 같은 허울 좋은 립 서비스는 누구나 할 수 있다. 2014년 7월 기초연금제도가 새롭게 시작되었지만 보충급여의 원칙에 따라 실제로 받게 되는 금액은 기초생계비 수준이 최대일 뿐이다. 빈곤 전 개입하는 사전예방적 정책이 필요한 시점 같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의 시기 또한 늘어났기 때문에 노동 정년을 늦추고,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사회가 주력해 주었으면 한다.

김소영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