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쭉 늘어나는 트랜지스터 개발

중앙일보

입력

사람 피부처럼 신축성 있게 늘어나는 '트랜지스터(반도체 소자)'가 삼성전자와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공동연구로 개발됐다.

정종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과 바오제난(鮑哲南)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공학과 교수가 공동연구를 통해 길이를 2배까지 늘려도 성질이 변하지 않는 트랜지스터를 제작했다고 국제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6일자에 실린 논문를 통해 공개했다.

트랜지스터는 전기 신호를 증폭하거나 차단ㆍ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스위치’로, 반도체 소자의 기본 요소다.

정 연구원은 고무처럼 탄성이 있는 ‘SEBS’라는 고분자 물질 안에 유기물로 만든 ‘DPPT-TT’라는 반도체 소재를 넣어 전기가 통하면서도 늘어나는 새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트랜지스터를 잡아당겨 길이를 2배로 늘리더라도 평균 전하이동도 등 전기적 성질은 사실상 변함이 없었다. 또 잡아당기기를 100번 반복한 뒤에도 다른 흠집은 발견되지 않았다.

논문에 따르면 이 트랜지스터는 수십 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두께의 얇은 필름으로 만들어 손가락 관절 등에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연구는 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적용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재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한 것”이라며 “전자 피부나 신축성 있는 디스플레이 같은 차세대 웨어러블 제품의 구현을 한걸음 더 앞당겨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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