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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의원의 '절박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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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5일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왼쪽)이 당사에서 당의장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지자들로부터 국민의 생계를 챙겨 달라는 의미로 밥솥을 선물받고 사랑 마크를 손으로 연출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김근태가 달라졌다. 신중한 성격 때문에 '여의도의 햄릿'으로 불렸던 그다. 평소 어려운 말을 많이 쓰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물러나 이달 초 열린우리당에 복귀한 김 의원의 변화는 눈부시다. 우선 말이 달라졌다. 당권 경쟁자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향해 "당원의 자부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정 전 장관 등) 당권파에 다시 당을 맡길 수 없다"고 공격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도 "5월 지방선거에서 박정희의 딸인 박 대표와 정권 교체를 위해 노력한 김근태가 한판 겨루기를 하자"며 선전포고를 했다. 이쯤 되면 햄릿이 아니라 '돈키호테'에 가깝다.

측근들은 최근 그에게 "DJ식 어법보다는 YS(김영삼 전 대통령)식 화법을 쓰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장광설을 없애고, 쉽고 짧게 말하란 뜻이다. 본인도 수긍했다고 한다.

이미지 변화도 눈에 띈다. 2일 당 복귀 기자회견에선 장난스레 한 손가락으로 경례하는 자세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본인도 이 사진이 맘에 들었는지 이후 모든 공식 문건에 쓰고 있다.

15일 당 의장 출마 선언장은 변화의 결정판이었다. 대형 TV로 홍보 영상물을 틀고, 국회의원과 함께 택시기사.주부.회사원 등 일반 지지자를 자신의 뒤에 세웠다. 자신 없게 들리는 평소 말투를 고치려는 듯 목소리도 반 옥타브 정도 올렸다.

김 의원은 변화 이유를 묻자 "절박해서 그렇다"고 했다. "당도 절박하고, 당 의장 후보로서 (정 전 장관에 다소 뒤지는) 김근태도 그렇다"는 것이다. 이어 "전두환 정권 때도 절박해 (민주화운동을) 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미지에 대해서도 "전에는 남들이 넥타이가 어쩌니, 헤어스타일이 어쩌니 하면 귓등으로도 안 들었는데…. 하지만 그게 문제라면 고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평소 매지 않던 화려한 붉은색 체크 무늬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생활 습관도 달라졌다. 한 측근은 "각종 회의에 5~10분씩 늦던 습관을 싹 고쳤다"며 "정계 진출 10년 동안 못 고친 것을 올 들어 열흘 만에 고친 셈"이라고 말했다.

?변신의 득실 계산=열린우리당 전당대회 방식은 대의원 한 명이 두 표를 찍는 1인2표제다. 당연히 자신의 맘에 가장 드는 후보에게 첫 번째 표를 던진 뒤, 두 번째 표를 누구에게 줄지 고민하게 된다.

김 의원은 첫 번째 표에선 정 전 장관에게 다소 뒤지지만, 두 번째 표에선 상황이 정반대라는 것이 당내의 대체적 분석이다. 첫 번째 표의 대상은 잘 바뀌지 않지만, 두 번째 표는 좀 더 쉽게 바뀔 수 있다. 결국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줘야 더 많은 두 번째 표를 가져올 수 있단 얘기다.

김선하 기자 <odinelec@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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