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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TV '숨기는 디자인' 찾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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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가장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본래 기능을 제외하고는 인위적 가공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TV도 화면만 보이는 것이 가장 좋은 것 아닐까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에서 LCD TV 디자인을 담당하는 이승호(32.사진) 선임은 올해 삼성 최고의 디자이너로 꼽히는 영광을 안았다. 지난 9일 '자랑스런 삼성인상' 디자인 부문에서 상을 받은 것. '선임'은 일반 관리직에서는 대리에 해당하는 직급. 이 선임은 역대 삼성인상 수상자 중 최하 직급 및 최연소자 기록을 세웠다.

이같은 영예를 가져다 준 그의 작품은 '로마' 및 '밀라노' 시리즈다.

로마 시리즈는 'TV는 네모'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제품 아래 부분을 완만한 V자로 처리해 인테리어 감각을 살린 작품으로, 지난해 2월 출시된 후 지금까지 100만대 가까이 팔렸다. 밀라노 시리즈는 스피커를 제품 하단에 숨기고 버튼도 사용할 때만 불이 켜지게 하는 등 단순미를 강조한 디자인으로, 출시 6개월 만에 15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로마 시리즈가 보이는 디자인을 강조했다면, 밀라노 시리즈는 안보이는 디자인을 강조했다는 것이 이 선임의 설명이다. 혁신적 디자인의 이들 제품은 지난해 유럽의 EISA 어워드, 미국의 CES 혁신상, 독일의 IF디자인 상 등을 받기도 했다.

이 선임은 이제 겨우 경력 7년에 입사 5년 정도의 초보 디자이너일 뿐만 아니라 해외 유학 경험도 없는 '토종'이다. 입사후 모니터 쪽을 담당하다 TV 쪽 일을 맡은지는 3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벌써 10여개의 TV가 그의 손을 거쳐 제품화됐고, 그 중 절반 정도가 국내외 유명 디자인상을 받을 정도로 괄목할만한 실적을 거뒀다.

글=이현상 기자 <leehs@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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