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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의 식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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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영문자 P로 시작된다.
그러고 보면 평화(peace), 빈곤(poverty), 오염(pollution), 인구(population), 공공위생(public health), 참여권(participation) 등은 모두 20세기 후반을 살고 있는 우리가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과제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게 인구 문제로 나머지 모든 문제가 여기에 맞물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세계 인구는 1분에 1백 5O명꼴로 증가하고 있다. 하루에 22만 명, 1년이면 한국 인구의 2배 가량인 8천만 명이 늘어난다.
유엔 인구활동기금은 11일을 「세계인구 50억의 날」로 선포, 지구촌의 비만증을 경고했다.
서기 원년의 추정 세계 인구는 2억 1천만 명이었다. 그 인구가 10억 명이 되기까지는 장장1천 8백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800년의 인구 10억 명이 20억 명이 된 것은 1927년. 1백 2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4O억명이 된 것은 지난 74년. 불과 47년만의 일이다. 그 4O억 명 인구가 많다고 떠들썩 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50억 명으로 불어났다. 참으로 가공할 숫자다.
이같은 인구 증가는 20세기가 끝나는 1999년에 60억 명, 2010년에는 7O억 명이 될 것으로 예견한다.
세계 인구 50억 명이 되는 날 한국 인구는 4천 2백 9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0·84%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수로는 세계 23위지만 인구밀도는 4백19명으로 4위다. 그러나 전 국토의 67%인 산악 면적을 제외하면 아마 세계 1위국이 될 것이다.
이처럼 인구 밀도가 조밀한데도 우리 나라의 인구는 매년 51만 3천명이 늘어나 2000년에는 4천 8백만 명이 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사회의 「한 자녀 갖기」운동은 실효를 거두어 증가율이 1·24%로 둔화되고 있지만 선진국의 0·6%에 비하면 아직도 높은 편이다.
인구학자들의 추정으로는 지구의 적정 인구를 미국인의 생활 수준으로는 15억 명 정도, 인도인은 70억 명 정도로 잡고 있다. 그만큼 제한된 자원이 선진국에서 과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FAO(유엔 식량농업 기구)는 올해 세계 농작물 저장량을 4억 5천 3백만t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만한 양이면 세계 곳곳의 배고픈 사람들이 꼬박 2년 동안 먹고도 남는다.
그러나 현실은 7억 3천만 명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매년 수십 만 명이 기아로 목숨을 잃는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무지개 빛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것은 오직 21%의 선진국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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