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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촌토성」훼손위기|백제 유적지에 「88조각공원」조성|유구 묻힌 지반파내 작품 설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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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5천년 민족사를 증거하는 중요 사적의 하나인 백제시대 몽촌토성(서울강동구2동)이 88서울올림픽 조각공원 조성으로 훼손되고 있다.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조형작품 설치기획단은 지난 3일부터 몽촌토성의 해자(인공하천) 지역인 성둘레의 산책로 주변에 올림픽조각공원 1차 심포지엄작품17점을 조성하는 기초공사에 착수, 유구가 묻힌 지반을 5∼7m씩 파내 조형을 설치, 기반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 조성되는 1차 작품은 모두 석조·콘크리트물로 높이가 5∼15m씩 되는 대형인데 그 설치장소가 하천을 메운 해자 지역이기 때문에 그대로 세울 수 없을 정도로 지반이 아주 약해 이같은 기반조성공사를 하지 않을수 없다는 것이다.
올림픽조직위 조형작품설치기획단은 오는8월20일까지 15개국 작가들의 작품17점 제작에 이어 2차로 내년3월1일∼4월30일까지 16개국 작가가 참가하는 2차 심포지엄작품 18점을 역시 몽촌토성주위에 조성, 배치할 예정.
몽촌토성은 84∼85년까지의 두 차례에 걸친 발굴결과 3세기께 축조된 백제초기의 수도였던 위례성의 주성으로 확인된 귀중한 사적이다.
이 토성은 정부가 82년7월 국가사적(제2백97호)으로 지정, 한강유역의 백제 고도유적 발굴·복원사업의 일환으로 문공부와 서울시가 총 5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풍납토성·석촌동고분공원·암사유적지등과 함께 88올림픽전까지 1단계 사업을 마무리짓기로 한 대표적 백제 초기의 고도유적이다.
최초의 지정은 지정구역과보호구역을 합쳐 3만6천평이었으나 85년 9만7천6백여평을 확대 지정, 총 13만3천6백34평으로 늘어났다.
이같은 확대지정에 따라 토성주위 20m까지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는데 올림픽조각공원에 배치되는 작품들은 거의가 보호구역내에 들어있다.
올림픽조직위는 원래 토성안에 50여점의 조각작품 배치를 시도했다가 문화재보호의 벽에 부닥쳐 성주위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학·고고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 적지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몽촌토성주위의 올림픽조각물 설치는 지난 5월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때 「표토위 설치」라는 조건으로 간신히 통과됐다.
그러나 이 같은 표토위 설치가 약한 지반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지표로부터 구덩이를 파서 기초를 한후 위에 다시 흙을 덮고 잔디를 심어 카므플라지하는 방법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1차 작품중의 콘크리트구조물6점은 깊숙한 기초공사가 불가피한 실정.
문화재위원인 손보기박사는『몽촌토성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볼때 성안이나 주변에 조각공원·기념관등의 덧붙이 시설을 절대해서는 안되며 순수 유적으로 보존돼야한다』고 강조한다.
발굴결과 확인된 몽촌토성의 규모는 성벽 둘레의 총길이가 2천2백65m에 이르는 마름모꼴로 세계적 규모의 고도라는 것이다.<이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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