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 도매업체 2위 송인서적 부도…“출판사 2000곳 등 최대 370억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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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 2위 서적 도매업체 송인서적(대표 이규영)이 3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송인서적은 2일 만기가 돌아온 어음 20억여원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냈고, 3일 오전 최종 부도에 이르렀다. 송인서적은 2일 홈페이지에 “부득이 영업을 중단한다”는 글을 올리고 “지난 몇 달간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은 면해보려 노력하였으나 도저히 힘에 부쳐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 향후 정리는 주어진 절차대로 진행될 예정이며 그 과정에서 요구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동네 서점 줄어들며 활로 못 찾아

1959년 송인서림으로 출발한 송인서적은 현재 2000여 개 출판사와 거래하고 있으며, 송인서적으로 판로를 일원화한 출판사도 500여 곳에 이른다. 송인서적이 최종 부도 처리됨에 따라 출판사들이 송인서적에 책을 공급하고 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모두 휴지 조각이 됐다. 또 출판사가 송인서적에서 받은 어음에 배서하는 방식으로 인쇄소 등에 결제해 온 관행을 고려할 때 부도의 파장이 도미노처럼 출판계 전체에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효상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은 “출판계가 떠안게 될 피해액이 최대 3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출판사 북인 조현석 대표는 “연 매출의 10%를 허공에 날리게 생겼다. 새해 벽두부터 타격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400여 개 단행본 출판사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는 3일 채권단 대표 자격으로 송인서적과 재고 도서, 서점 채권 등에 대한 양수·양도 계약을 맺고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4일 중 채권단 회의를 결성해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동네서점 수가 감소하면서 서적 도매업체의 거래처가 줄어든 것이 송인서적 부도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다른 도매상이나 인쇄소 등 출판계 안의 업체들이 송인서적을 인수해 유통망이 붕괴되지 않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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