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을 보내면 오른손 없는 우현이가 생계 걱정없이 기타 연주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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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기타리스트 고우현(18)군은 선천적 결손증으로 오른손 없이 태어났다. 의수로 기타 피크를 잡고 연주해야 하지만 기타 실력은 수준급이다. 중학교 졸업 후 우현군은 전국을 떠돌며 직접 작사·작곡을 하고 기타 연주를 하고 있다. 그의 수입은 버스킹(길거리 연주)으로 얻는 게 전부다. 카카오가 3일 시작한 ‘피플펀딩’ 서비스는 우현군이 음악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정기적으로 후원할 사람들을 모집(펀딩)한다.

진화하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장애인 연주자, 오지 탐험 작가 등
월 3000원부터 10만원까지 선택
네이버는 위안부 할머니 돕기 펀딩

후원자는 월 3000원부터 10만원까지 후원금을 선택할 수 있다. 모든 후원자들은 우현군에게 신청곡을 보낼 수 있고 우현군은 신청곡의 연주·노래 영상을 ‘피플펀딩’ 사이트에 올릴 예정이다. 매달 2만원씩 후원하는 사람에게는 우현군의 아버지가 직접 만든 나무 고리를, 월 10만원 이상 후원하는 사람에게는 우현군의 아버지가 만든 원목 미니 스피커를 보내준다. 우현군은 “정기 후원금과 관심이 음악 공부와 창작 활동에 큰 응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가 갈수록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카카오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2014년 9월 ‘뉴스펀딩’ 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는 2015년 10월 ‘스토리펀딩’ 으로 이름을 바꿨다. 네티즌들은 책·음악·영화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제작비를 후원할 수 있다. 스토리펀딩은 위안부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 ‘귀향’, 희귀병으로 투병 중인 배우 겸 작가 신동욱(35)씨 등을 발굴해냈다. 스토리펀딩 누적 후원 금액은 84억원을 돌파했다.

‘스토리펀딩’이 하나의 이야기나 프로젝트를 단발성으로 후원한다면 ‘피플 펀딩’은 창작인 자체를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피플펀딩’에서는 우현군의 사연 외에도 테이프와 커터칼로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 조윤진(31)씨, 시리아 분쟁지역 등 오지를 탐험 중인 도보여행가 겸 작가 김남희(46)씨 등 5개 프로젝트가 올라와 있다. 6~12개월간 후원할 수 있다. 창작자는 정기 후원으로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에 전념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을 받고싶은 창작자는 ‘피플펀딩’ 사이트에 직접 사진과 영상·소개글·목표 금액 등을 올리면 된다.

네이버는 ‘공감펀딩’ 서비스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를 기억하는 자수 제품, 지적장애인과 어르신이 함께 만드는 구급키트 등에 대한 펀딩을 모금 중이다. ‘메이크스타’는 한류 콘텐트에 특화된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다. 신인 가수들의 앨범 제작·화보 촬영 등에 펀딩할 수 있다. 외국 네티즌의 참여 비율이 70%에 달한다.

이처럼 투자자 및 후원자 양쪽 모두에게 가시적인 혜택이 돌아가고, 적은 금액으로도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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