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유라의 조기 송환이 진실 밝힐 열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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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1일 덴마크 올보르시(市)의 승마장 인근 주택에서 불법 체류 혐의로 덴마크 경찰에 체포됐다. 정씨가 국내에 송환돼 박영수 특검의 수사를 받게 되면 ‘최순실 게이트’ 퍼즐의 마지막 핵심 부분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녀의 이화여대 입학 비리, 모녀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원 배경 및 제3자 뇌물 혐의 적용 여부 등이 그것이다.

 당면 과제는 정씨를 조속히 송환하는 것이다. 지금은 자진 귀국이 최선이다. 하지만 정씨가 송환을 거부하며 법적으로 다툴 경우 송환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 현재 정씨는 특검의 체포영장에 따른 이화여대 업무방해 혐의가 아니라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됐다. 이 경우 덴마크 당국이 최대 72시간 동안만 구금할 수 있다. 특히 정씨가 범죄인 인도 거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고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유섬나씨를 송환하기까지 2년 이상 걸린 전례도 있다.

 특검엔 시간이 많지 않다. 60일가량 남은 1차 수사 기간 내에 정씨를 송환 조사해야 한다.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 재판 전에 가시적인 수사 성과를 내놔야 한다. 이에 따라 특검은 덴마크에 ‘긴급인도구속’을 요청하기로 했다. 곧 범죄인인도를 정식 요청할 테니 그 전까지 석방하지 말아달라는 취지다. 외교부를 통해 여권 무효화 조치를 취한 뒤 추방 시 검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검은 정씨가 송환되면 이화여대 부정 입학 및 학점 특혜 등 ‘교육 농단’ 비리부터 캐야 한다.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류철균 교수는 독일에 있는 정씨를 대신해 조교가 대리시험을 치르게 해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최씨 모녀와 삼성그룹 간 ‘승마 비리’도 핵심 조사 대상이다. 특히 정씨에 대한 수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 중인 최씨에게 압박카드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씨는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촛불 민심에 불을 댕긴 장본인이다. 특검은 물론 법무부, 경찰청, 외교부가 정씨의 조기 송환에 팔을 걷어붙여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