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속도전’ 헌재의 시그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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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9일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앉고 있다. [뉴시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9일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앉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 21일째인 29일까지 헌재가 두 차례 준비 절차(변론준비기일)에서 ‘속도전’의 시그널을 보여주고 있다. 헌재 내부와 법조계에서는 이르면 2월 중반 이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부가 탄핵 재판의 절차적인 부분을 압축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 기록을 받자마자 증거 신청 절차로 넘어가는 것도 이례적으로 신속한 움직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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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의 신호는 탄핵 재판에 임하는 재판부의 자세, 진행 방식, 법리 활용 등 에서 포착되고 있다. 헌재가 재판에 속도를 내는 방식은 일반 재판과는 차원이 다르다. 헌재는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사상 초유 규모의 촛불집회에 대한 헌법적인 결말을 내야 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쟁점은 국가 행정과 사법 시스템과 연관성이 있다.

“원래 빨리 하는 게 탄핵심판”
국정위기 조속한 극복 의지

“절차 치우고 본안으로 간다”
노무현 때 지연 요소 없애

박한철 1월 31일 퇴임 변수
9명 전원 결정하는 게 원칙

“이르면 2월 중순 결론” 전망

헌정 공백을 최대한 단축시켜야 하는 탄핵소추의 근본적인 목적을 지키면서 헌법기관인 대통령 등 국가 시스템의 잘잘못을 판단해야 한다. 헌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에서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는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 사이의 문제다”고 밝혔다.

재판에 속도를 내야 하는 헌재의 고민이 묻어 있는 첫째 신호는 헌재 관계자들이 “원래 빨리 해야 하는 게 탄핵심판”이라고 한 말이다. 탄핵 인용 여부와 관계없이 국정 위기 상황을 빨리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는 것이다.

강일원 재판관이 “절차는 치워 버리고 본안으로 간다”고 말한 것은 둘째 신호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절차 문제(국회 법사위 조사 여부, 피소추인 해명 문제 등)가 지연 요소가 됐던 전철을 피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셋째는 노 전 대통령의 선례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당시 헌재는 “탄핵소추 절차에서 대통령은 사인(私人)이 아니다”며 대통령의 개인적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넷째 신호는 형사재판보다는 민사재판의 용어를 사용하는 데 있다. 사실관계 확인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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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신호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내년 1월 31일)과 이정미 재판관(3월 13일)의 임기 문제와 관련돼 있다. 9명의 헌법재판관은 균형과 조화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가급적 결원이 없을 때 결론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이 헌재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김승현·임장혁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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