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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종 치고 “감사합니다” 쉬울 줄 알았더니…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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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효정·최제윤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에 대형 자선냄비가 서 있다. [사진=양리혜 기자]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에 대형 자선냄비가 서 있다. [사진=양리혜 기자]

유난히 따뜻했던 2016년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길거리에 서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따뜻한 종소리. 광화문 큰 길의 빨간 자선냄비 옆에서 직접 종을 흔들었다. 어릴 때부터 겨울마다 들었던 구세군 종소리에 참여했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1년 동안 친하게 지내고 TONG청소년기자로도 함께 활동해 온 친구와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를 보내자는 생각으로 신청한 봉사였다. 마음만 먹으면 신청은 간단하다. 구제군자선냄비본부 홈페이지(http://www.jasunnambi.or.kr)에서 신청한 뒤 신청한 일시에 신청한 장소로 맞춰서 가면 된다. 자원봉사자에게 사전 교육이나 별도의 절차는 없다.

우리는 광화문 5번 출구, 동아일보 사옥 앞으로 갔다. 흔히 보던 자선냄비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큰 모금함이 설치되어 있었다. 봉사자의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조끼를 입고, 종을 일정한 리듬으로 흔들어 '딸랑, 딸랑' 소리를 내고, 누군가 따뜻한 마음을 나누면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는 게 봉사자들의 일이다. 이 세 가지만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러나 단순하다고 해서 쉬운 건 아니었다. 봉사를 시작하기 전에 '너무 자주 치지 말고, 팔 전체를 움직이며 치는 게 좋다'고 배우고 시범도 봤지만 점점 리듬이 흐트러졌다. 팔도 아팠고 예쁜 소리를 꾸준히 내는 것도 어려웠다. 우리가 신청한 시간은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불과 2시간인데 점점 '귀차니즘'으로 종을 빨리 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배운 대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할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2시간 동안 30명 남짓한 사람들만이 손을 뻗었다. 주로 엄마 아빠와 함께 외출 나온 아이들이 수줍게 동전이나 1000원 지폐를 집어넣었다.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어르신들 몇 분은 선뜻 5만원 지폐를 내주시기도 했다. 냄비 옆에 있으니 작지만 소중한 100원 동전부터 5만원 지폐까지 모두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다리가 아프고 팔이 저려도 그 온기에 힘입어 씩씩하게 웃으며 인사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선물도 받았다. 한 행인이 짐을 잠시 맡기고 어딘가 다녀오더니 두유 두 병을 우리에게 건넸다. 따뜻한 2016년 크리스마스의 선물이었다.

커다란 자선냄비가 익숙해질 때쯤, 다음 봉사자분들이 오셨다. 입고 있던 빨간색 자원봉사자 조끼를 벗어서 드리고 앞서 담당자에게 들었던 설명을 전했다. 이렇게 2시간의 봉사가 끝났다. 냄비 옆에서 따뜻하게 데워진 마음은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도 좀처럼 식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하는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라는 그 목적은 확실히 이뤘다.

글=성효정·최제윤(용인외대부고 1), 사진=최제윤 TONG청소년기자 목동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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