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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가솔린 차량도 디젤 차량처럼 규제키로

중앙일보

입력

유럽연합(EU)이 내년 9월부터 디젤 엔진에만 적용되던 미세먼지 배출 규제를 가솔린 엔진에도 적용키로 했다.
EU 집행위는 또, 2018년부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장착된 차량에 대해 미립자 필터를 의무 장착키로 합의했다. 현재 미립자 필터는 DPF(디젤미립자필터)라는 이름으로 디젤 차량에 장착되어 나오는데, 가솔린 직분사 차량엔 GPF(가솔린미립자필터)가 장착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9월부터 실시되는 배출가스 실제도로주행테스트(RDE) 과정에서 디젤뿐 아니라 가솔린 차량에 대해서도 미세먼지 배출 규제를 똑같이 적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GPF를 장착하지 않은 가솔린 차량은 사실상 테스트 통과가 불가능해져 이번 결정을 'GPF 장착 의무화'로도 해석할 수 있다.

EU의 이같은 결정은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상당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내려졌다.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연료소비효율과 성능 증대를 위해 전세계적으로 도입중인 기술이다.
이 기술은 엔진의 연소실인 실린더 안에 연료를 직접 분사하면서 더 많은 양의 공기를 흡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되면 엔진은 같은 배기량의 기존 엔진 보다 더 높은 출력을 낼 수 있게 된다. 때문에 가솔린 직분사 기술은 최근 트렌드가 된 '다운 사이징' 열풍에서 터보와 함께 거의 필수적인 기술로 손꼽힌다. 각 제조사마다 이를 부르는 명칭은 다르나 GDI(현대기아차), TFSI(아우디), CGI(메르세데스 벤츠) 등의 이름으로 출시되고 있다.

[사진 각 제조사 홈페이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 쉐보레,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

[사진 각 제조사 홈페이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 쉐보레,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

그런데 수년 전부터 효율과 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이 기술로 미세먼지 배출량은 도리어 늘어나게 됐다는 연구 결과들이 앞다퉈 나오기 시작했다. 연소실 내부에 연료를 직접 분사를 하게 되면서 디젤 엔진과 마찬가지로 미세먼지 배출량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미세먼지 주범'으로 불리우는 디젤 엔진의 경우, 실린더 안에 디젤을 직접 분사해 압축·폭발 시키는 대표적인 직분사 엔진이다. 엔진의 연소과정에서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의 발생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법적으로 DPF라 불리는 미립자 필터의 장착을 의무화했다. 또,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 SCR(선택적환원촉매) 등 다양한 오염물질 저감기술이 개발, 적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료의 직분사를 통한 '고출력·고효율'을 노린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경우 그간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른바 '폭스바겐 스캔들'을 세상에 알린 미국 환경청(EPA)은 이미 2003년, 이같은 문제에 주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EPA 배출가스 연구소 컨퍼런스에서 "디젤 및 가솔린 엔진의 초미세먼지(PM2.5) 배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된 것이다.

[사진 EPA 홈페이지 캡처]

[사진 EPA 홈페이지 캡처]

EPA는 당시 2000년에 집계된 초미세먼지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사를 진행했는데, 초미세먼지 가운데 디젤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4%, 가솔린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비중인 51%를 차지한 것은 디젤 엔진을 이용한 '비도로이동오염원'으로 조사됐다. 디젤 차량이 초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불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사진 EPA 홈페이지 캡처]

[사진 EPA 홈페이지 캡처]

때문에 EPA는 보고서의 결론 부분에서 "이동수단 자체는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라면서도 "디젤이나 가솔린 중 무엇이 더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진 EPA 홈페이지 캡처]

한편, EU가 본격적으로 가솔린 차량의 미세먼지 배출에 대해서도 규제에 나서면서 국내에서도 이같은 논의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디젤 게이트' 사태 직후인 지난 5월, GPF 개발을 마쳤다며 2017년 초부터 실제 판매 차량에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BMW 역시 기존 DPF 기술을 활용해 GPF의 개발을 마친 상황. 때문에 환경 규제에 있어서 유럽의 기준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업체들도 내수 및 수출 시장의 규제 변화에 대비해 빠른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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