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동원 안 하고 고비 넘겨야" 윤 |"전제조건 없는 대화가 중요" 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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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두환 대통령은 22일 하오 윤보선·최규하 전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치해 시국수습에 관한 의견교환을 가짐으로써 각계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전대통령은 이날 윤 전대통령과는 약 45분, 최 전대통령과는 1시간 10분간 만났는데 서두에 안부인사·건강·농사얘기를 잠시 나눴을 뿐 대부분 다음과 같은 내용의 시국에 관한 대화였다.

<윤 전대통령>
▲전대통령=오랜만에 청와대에 오셨습니다. 자주 모시고 싶으나 일이 많아 못 뵈었습니다.
▲윤 전대통령=전대통령께서는 역대 대통령중 일을 많이 하셨고 성과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여러 가지 시련이 일고있어 몇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어려운 일이 생긴 원인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동안 대중의 마음을 끄는데 좀 소홀한 점이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는 뵐 때마다 사람을 많이 풀라고 했는데 오늘도 그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사람을 많이 풀어 인심을 쓰십시오. 그리고 계엄이나군을 동원하지 않고 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셔야 합니다.
▲전대통령=최근 사태의 원인 중 하나는 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임기가 끝날 무렵 인심쓰는 일이나 하면 통치력이 약화되고 국가도 약해지는 법입니다. 최근의 시위사태는 일부 전통적 야당세력·급진좌경세력·일부 이상주의적 종교세력이 합쳐져서 문제가 커진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능하면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고 혼란을 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헌법이 없는 상태에선 평화적 정부이양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현행헌법으로라도 정부이양을 하자는 것이 4·13의 기본 취지였습니다.
▲윤 전대통령=사람들을 가급적 많이 만나십시오. 김영삼씨를 포함한 각계인사들과 만나 대화와 정치력으로 시국을 풀어야합니다.
▲전대통령=김영삼씨도 곧 만나볼 생각입니다. 앞으로 8개월 후 청와대를 떠나면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최 전대통령>
▲전대통령=혼란을 극복해서 평화적 정부이양과 올림픽을 성사시키고 나면 우리도 선진국이 될 수 있을 텐데 지금이 고비라고 생각합니다. 시국수습에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들려주십시오.
▲최 전대통령=정치는 역시 풀어야 합니다. 정당적 차원보다는 고차원적으로 생각하십시오. 정치인이란 힘으로 밀어붙여서는 안되고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정치인들간에 꾸준히 인내하고 대화를 해야만 국민을 안도시키고 학생들도 뭔가 정치에 기대를 하지 않겠습니까. 대화에는 선행조건이나 전제조건 없이 무조건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올림픽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다면 천추의 한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은 초연한 입장에 서시고 민주실천과제는 정당에 맡기도록 하십시오.
▲전대통령=그렇지 않아도 정당에 맡기고 있습니다.
▲최 전대통령=4·13조치를 문제삼는 사람이 있는데 개헌논의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현행 대통령선거를 체육관대통령 운운하는데 그런것은 아니고 대통령선거법만 잘 고치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 생각할 때는 아니고 개헌논의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대통령=말씀하신 것을 명심해서 참고로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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