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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미팅」에 "무죄"선고|뮤지컬 『007…』중고생 22명 출연 무대재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빵팅·소개팅·별팅·엘리베이터팅·고팅·지하철팅·람보팅·007팅·달보기팅등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온갖 종류의 미팅이 연극무대에 올라 청소년들로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극단 사조가 서울문예회관대극장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연극 『007초코렛사랑』(20∼25일 하오4시30분·7시30분)은 미팅을 피고로 한 재판과정을 보여준 뒤 관객들(대다수가 중·고생 및 근로청소년) 자신이 배심원으로서 미팅의 유죄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는 것.
뮤지컬 형식으로 구성된 이 창작극은 미팅에 대한 사실 심리의 첫 공판으로 시작된다.
혼전교제가 부도덕한 행위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검사, 그리고 청소년들의 미팅이 건전한 만남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사회와 부모가 이해하고 바르게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변호사의 불꽃튀는 논쟁. 그 사이사이에 증인으로 법정에 출두한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미팅경험과 부모 및 사회에 관한 여러가지 의견들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한다.
특히 이 연극은 기성극단의 공연치고는 유례 없이 박미경양(한광여상3)·김동수군(한성중3)등 22명의 남녀중·고생들이 출연한 것이 특징. 작품구성과정에도 출연 학생들 자신과 친구들의 경험이나 생각들을 크게 반영시킴으로써 청소년 관객들의 흥미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사는 논고에서『조급하게 행동하기 보다는 여러분 스스로가 진정 진실하고 순수한 이성교제를 할 능력이 있는가를 겸손히 반성함과 동시에…』라며 미팅에 대한 「무기한 자격정지」를 요구.
변호사는 『우리 기성세대는 이미 정착되어 성행하고 있는 미팅을 부정적으로 차단하기 보다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적절한 만남의 장소를 마련해 주고, 또 그 만남이 유용해지도록 사회환경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이 시대에 걸맞는 가장 현명한 대응책』이라고 변론했다.
이어 판사가 『피고 미팅이 유죄라고 생각하시는 배심원(관객)은 일어나 주십시오』라고 말하자 서슴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청소년은 전체6백여명중 10명. 20일의 첫 공연에서 미팅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연극은 오는 7월15일부터 포항·부산·대구·광주등 5개지방 대도시에서 순회 공연될 예정.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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