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26일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진행된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했다. 정 전 비서관은 “세월호 사고 당일(2014년 4월 16일) 점심을 먹으며 TV에 ‘전원 구조’가 나와서 ‘큰 사고가 나도 다 구조하니 다행이다’라며 밥을 먹었다”면서 “오후 2시가 지나서 사태가 심각해진 것을 깨닫고 관저로 가 대통령을 직접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월호 7시간’과 관련된 질의가 계속되자 “(관저에서 대통령을) 직접 봤는지 인터폰으로 대화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말을 바꿨다고 정 전 비서관을 면담한 국회 최순실 국조특위 위원들이 전했다.
“최순실, 밑줄 치며 연설문 수정
2015년에도 문건 조금 전달했다”
정 전 비서관은 “4월 16일 전후로 박 대통령의 일정이 빡빡했는데 그날만 유독 일정이 비어 있었다”며 “박 대통령은 (그날) 매우 피곤해 있었고 관저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날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한 미용사에 대해선 “미용사는 일정이 있는 날 오전에 오는데 그날은 (대통령이)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나갈 것 같아 (내가) 전화해 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당일 관저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선 “관저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 관저 이야기는 모른다”고 했다. 또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평소 미용 시술 여부에 대해선 “대답할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정 전 비서관은 기밀문서 유출 혐의는 일부 시인했다. 그는 “최순실씨에게 사전에 문서를 인편이나 e메일로 전해줬다”며 “말씀자료를 보내면 최씨가 수정하고 밑줄을 쳤다”고 말했다. 최씨가 손을 댄 문건은 재차 인편으로 받았다고 한다. 정 전 비서관은 특히 “2015년에도 문건을 유출했느냐”는 질문에 “조금 전달했다”고 답했다.
국정원·감사원·검찰 등 인사에 대해서도 “(인사) 발표안에 대한 내용 수정은 (최씨에게) 받을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최씨가) 공식적 직함을 가진 분이 아니고 뒤에서 돕는 분이라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 전 비서관은 “출소 뒤 퇴임한 대통령을 모실 생각이냐”는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의 질문에 대해 “운명이라 생각하고 모실 것”이라고 답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자금 출연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이 결정하고 지시했고 (나는 지시에 따라) 이행했다”며 “모금행위, 출연 부탁, (최씨 관계사가) 사업을 따낸 행위 등은 하나도 내 판단에 따른 건 없었고 모두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밝혔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