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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수사 스타트, 첫 단추는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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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특별검사팀 수사관들이 26일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자택을 압수수색한 후 물건들을 차량에 싣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특별검사팀 수사관들이 26일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자택을 압수수색한 후 물건들을 차량에 싣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박영수(64) 특별검사팀이 26일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밝히기 위해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0)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의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압수수색 이유에 대해 “둘의 공통 혐의인 직권남용과 관련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2014~2015년 반정부 성향의 문화계 인사 9473명의 명단을 작성해 정부 지원·인선에서 배제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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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문체부의 장차관실·기획조정실·콘텐츠정책관실·관광정책과와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도 압수수색해 일명 ‘블랙리스트’를 확보했다.

김 전 실장, 조윤선 집 압수수색
세종청사 문체부 장관실도 뒤져
리스트엔 송강호·김혜수 등 등장
유진룡 “2014년에 리스트 직접 봐
대통령에 두번이나 문제있다 건의”
정관주 이어 김기춘·조윤선 곧 소환

특검은 이날 소환 조사한 문체부 직원들의 진술과 김 전 실장의 지시 내용이 적힌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등을 토대로 혐의를 확인 중이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의 지시가 확인될 경우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사법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6일 열린 이길용 체육기자상 시상식에 참석한 조윤선 장관. [사진 김성룡 기자]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6일 열린 이길용 체육기자상 시상식에 참석한 조윤선 장관. [사진 김성룡 기자]

특검팀이 이날 압수수색한 장소 및 인물은 지금까지 제보 등을 근거로 언론에서 주장한 ‘블랙리스트 생성 및 전달 경로’와 일치한다. 특검팀은 2014년 청와대 비서실(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 정무수석실(조윤선 수석, 정관주 국민소통비서관) 주도로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팀은 이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문체부 예술정책국(2014년 8월)→문체부 산하기관(2014년 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순을 거치면서 리스트가 약 1만 명까지 업데이트됐다는 첩보를 갖고 있다.

실제로 이날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퇴임 직전인 2014년 6월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 수시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당시 교육문화수석)이나 김소영 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작성 출처로 정무수석실을, 구체적인 작성자로는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을 지목했다. 당시 정무수석은 조 장관이었고 국민소통비서관은 이날 사표가 수리된 정관주 문체부 1차관이었다. 유 전 장관은 또 박근혜 대통령과의 두 차례 면담에서도 ‘블랙리스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계속 쳐내면 나중에는 한 줌도 안 되는 같은 편 가지고 어떻게 일을 하시겠습니까”(2014년 면직 직전)라고 건의했다고도 했다. 그는 “이게 대통령의 뜻인지 아니면 호가호위를 한 김 전 실장의 장난인지 특검이 가려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이날 “블랙리스트는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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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청와대와 문체부 사이의 연결고리를 확인하기 위해 문체부 예술정책국 소속 4개 과 모두에 수사관을 투입해 컴퓨터 저장자료와 문건을 압수했다. 지난 10월 언론에 공개된 블랙리스트에는 ▶세월호 시행령 폐기 촉구 서명인 594명 ▶세월호 시국 선언 참여자 754명 ▶문재인 대선후보 지지자 6517명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자 1608명이 나와 있다. 명단에는 배우 송강호·정우성·김혜수·하지원도 포함돼 있다. 특검팀은 27일 오전 정 전 1차관에 대한 소환을 시작으로 이번 사건으로 고발된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비롯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송광용·모철민 전 수석 등을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청와대나 문체부의 증거인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2014년 김희범 당시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도록 지시했다는 의혹, 같은 해 3월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으로부터 “문체부 전 고위 간부를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도 조사할 계획이다.

글=현일훈·김나한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신인섭·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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