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은 고달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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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일 대전시가지 시위에서 돌진차량에 치여 숨진 박동진일경은 경기도 이천출신85년2월 이천고교를 졸업,86년1월 군에 입대해 지난3월 충남도경 제2기동대로 배속됐다.
2O여마지기 농사를 짖는 아버지 박서재씨(52)와 어머니 김향순씨(46)의 2남2여중 맏이.
20일 새벽에야 충남도경 관계자를 통해 아들의 사망소식을 듣고 정오쯤 빈소에 도착한 박일경의 부모들은 박일경의 영정을 붙들고 『누가 내자식의 목숨을 앗아갔느냐』고 통곡했다.
박일경의 빈소가 마련된 충남대부속병원 영안실에는19일 밤부터 동료전경 10여명이 뜬눈으로 밤을 새웠고10일 새벽에는 허진원 충남도경국장, 이진구 대전상공회의소장등 대전시내 각급 기관장들이 찾아와 분향했다.
박일경의 동료들은 『시위학생들이 다치면 문제가 되지만 전·의경들이 다치는 것은 왜 문제가 안되는지 모르겠다』 고 울먹였다.
박일경이 소속된 충남도경 제2기동대는 9일부터 매일 주둔지인 조치원에서 대전을 오가며 시위진압에 동원됐다.
제2기동대 중대장부관 이기호경사(41)는 『최근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상오3∼4시 조치원부대로 들어가 취침, 상오9시쯤 기상하면 나머지 시간을 모두 상황대기및 시위진압에투입됐다』고 말했다.
박일경은 19일에도 4시간동안 잠을 잔 뒤 상오8시부터 고대 조치원 캠퍼스 앞에서 교내시위에 대비, 비상대기 하다 상오11시쯤 대전에 도착 ,곧바로 도청방어선에 투입됐다 변을 당했다.
박일경처럼 전국에서 5만명이 넘는 전·의경들이 연일 시위진압에 쉴새없는 근무를 하고 있다.
30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20kg무게의 진압복과 방석모·방패등의 장비를 갖추고 온종일 서있거나 뛰어다녀야 하는 고된 업무.
치안본부집계에 따르면 6월10일이후 19일까지 시위진압중 부상경찰관은 모두3천8백27명.그중 2천7백9명이 전경이다. 부상자중 1백73명은 부상의 정도가 심해 경찰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1백63명은 전치 1개월이상의 중상이다.
이들의 부상은 학생들이 던진 화염병과 돌에 맞아 입는 타박상이 대부분. 화상도 일부 있다. 더러는 시위대에 붙잡혀 집단구타를 당하기도 하고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는가 하면 차량탈취등 과격시위 때는 대전의 박일경처럼 목숨을 잃는 참변의 위험도 당한다.
지난해 5월 고려대 시위때는 시위학생들이 던진 돌에 이마를 맞은 이호영일경(21)이 뇌출혈로 사흘만에 숨졌다.
이일경은 입대전 군산수전토목과1학년에 다니던 전문대학생.
군복무 대상자중 차출돼 경찰업무보조에 투입되는 전경과 의경(도보대)들은 시위진압이 주업무다.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과 같은 또래 친구·동창·선후배사이인 전경들이 거리에서 원수처럼 맞서 끝내 목숨까지 잃는 비극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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