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한달 뒤 탄핵심판 결정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최근 한 모임에 갔다가 재밌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나의 임기내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는 전언(傳言)이었습니다. 현직 판사인 이 분은 "박 소장이 평소 친하게 지내는 대승(大僧)에게 자신의 생각을 내비쳤다는 소문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이 판사의 얘기도 다른 사람에게 전해들은 것이어서 박 소장이 실제로 이런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움직임을 보면 이번 사건에 대한 심리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헌재는 오늘 브리핑을 통해 "최순실 사건 수사자료를 검찰로부터 제출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헌재 소속 차량 두대가 서울중앙지검으로 가 1t 분량의 자료를 실고 왔다고 합니다. 헌재는 이번 주중으로 준비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인 변론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얼핏보면 통상적인 절차로 느껴지시죠? 아닙니다. 헌재가 상당히 적극적이고 신속하고 움직이는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왜냐고요?

헌재가 직접 자료를 챙겨왔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헌재의 탄핵심판 사건 절차는 형사사건의 재판과 비슷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실 것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법원의 판사가 검찰 수사 기록을 일일이 챙겨 열람하는 것을 보셨는지요? 통상 변호사들이 요약하고 강조하는 부분을 살펴보면서 "세월아! 네월아!"하는 식으로 재판을 하는 경우를 경험하신 분들도 꽤 계실겁니다. 판사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니니 법원은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과거 헌재의 재판도 법원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헌재의 움직임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입니다. 탄핵소추인과 박 대통령 변호인들의 엇갈린 주장을 듣기 전에 직접 사건의 개요를 정리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28명에 이르는 증인신문을 조금이라도 빨리 진행하기 위한 사전적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헌재가 집중심리를 강행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박 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31일까지 결정이 내려질 지는 헌재 재판관도 모를 것입니다. 검사들이 "수사는 생물"이라고 말하는 것 처럼 헌재의 심판 사건도 생물처럼 움직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박 소장을 비롯한 헌재 재판관들이 유난히 재판절차를 서두르고 있다는 점 입니다. 내년 1월 말까지 결정이 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주부터 시작될 헌재의 변론이 향후 흐름을 예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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