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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기능 절반으로 떨어져도 자각증상 없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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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호 24면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우리나라에서 1인당 가장 많은 의료비(건강보험공단 보험 급여 지출 기준)를 지출하는 질병은 무엇일까? 바로 만성신장질환이다. 말기신장질환자가 1년에 진료로 사용하는 돈은 약 2200만원으로, 단일 질환 중 가장 많은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이 질환에 드는 정부의 건강보험 부담금은 1년에 약 1조 5000억원이나 된다. 신장은 한 번 망가지기 시작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따라서 나빠지지 않도록 예방하거나 초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여름에는 신장질환이 더욱 악화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당뇨 등 고위험 인자를 지닌 사람일수록 만성신장질환에 대한 예방법과 치료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신장질환은 신장이 손상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여러 합병증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신장의 거름막인 사구체가 90(㎖/min/1.73㎡) 이하일 때 만성신장병 1단계, 60~89 사이일 땐 2단계, 15 미만일 때 5단계(말기 신부전)라고 진단한다.

신장은 복부 안쪽에 쌍으로 두 개가 있다. 건강한 사람은 하루 189ℓ의 혈액을 신장에서 여과시킨다. 인체에 필요한 수분과 영양분은 재흡수되고 배설이 필요한 물질은 소변으로 내보낸다. 하루 배출되는 소변량은 1~2ℓ 정도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신장내과 신석균 교수는 “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거르고 체내 수분량과 전해질, 산성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중요한 일을 담당한다. 혈압을 유지하고 칼슘과 인 대사를 조절해 호르몬을 생성하고 활성화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초기에는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국대병원 신장내과 조영일 교수는 “신장 기능이 약 50%까지 떨어져도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남아 있는 정상 네프론(신장에서 노폐물을 거르는 조직)이 손상된 네프론을 대신해 임시로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곤하거나 붓거나 하는 증상은 대부분 말기에 가서야 나타난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15)

때문에 정기 검진만이 살 길이다. 검진을 빼먹지 말아야 할 고위험자는 고혈압·당뇨병이 있는 사람이다. 만성신장질환자의 49%가 당뇨병, 20%는 고혈압 때문에 생긴다. 조영일 교수는 “두 병 모두 혈관을 망가뜨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장은 미세한 혈관이 엉켜있는 ‘혈관 덩어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당뇨병·고혈압 모두 작은 혈관이 점점 망가지는 병이기 때문에 신장에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만성사구체신염(신장의 사구체 기관에 염증이 생김), 결핵·요로결석이 있으면 신장이 나빠질 수 있다. 또한 부모가 다낭성신낭종(신장에 포도송이 처럼 물혹이 생김)이라는 병을 앓았을 경우 50%는 유전이 된다. 만성신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그 자녀는 반드시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검사는 간단하다.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만으로도 이상을 알 수 있다. 1년에 한번 하는 정기 검진 때 단백뇨와 혈뇨 검사(소변 검사), 크레아티닌 수치 검사(혈액 검사)를 하면 하면 된다. 신석균 교수는 “재 검사 시에도 단백뇨나 혈뇨가 발견되면 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술·담배를 금해 신장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증상이 없으니 검사 결과를 무시하고 나쁜 식생활습관을 계속하는 사람이 많다. 때문에 말기에 이르러서야 후회하고 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신장질환 말기라면 투석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신장에서 혈액 노폐물을 걸러주지 못하므로 인공적으로 혈액을 여과시키는 것이다. 처음엔 복막투석(투석액을 복막으로 넣어 삼투압에 의해 피를 거른 뒤 다시 밖으로 빼내는 치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질환을 앓는 기간이 오래되면 혈액투석을 한다. 혈액을 외부로 빼내 기계 여과장치로 노폐물을 제거한 뒤 다시 혈액을 흘러 들어가게 하는 방법이다. 신장이식을 하지 않는 이상,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혈액투석을 하면 저혈압·골관절변화·가려움증 등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통 방식의 혈액투석은 투석 구멍이 작아 미세한 노폐물은 여과 되지만 중간 크기의 요독은 그대로 남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다. 최근 이런 단점들을 극복한 혈액투석여과요법(HDF·중간 크기의 분자까지 걸러주는 자동 투석 시스템)도 나왔다. 하지만 국내에선 보험 적용이 안돼 치료비가 약간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신 교수는 “기존 혈액투석에 비해 합병증이 적고 장기 생존율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하루 빨리 건강보험을 적용해 많은 환자들이 좋은 치료를 받게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투석을 받고 있는 신장병 환자는 여름 건강 관리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조영일 교수는 “여름철 많이 먹는 참외·키위·오렌지·바나나·이온음료는 칼륨이 많다. 이들 식품을 많이 먹으면 고칼륨혈증이 생겨 심장에 무리를 주고, 심하면 심장이 정지되는 일까지 생긴다”고 말했다. 보양식도 주의해야 한다. 단백질이 많아 인이 과다 흡수돼 신장에 무리를 준다. 또한 물도 한번에 많이 마시지 않도록 한다. 신장의 나트륨 조절능력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저나트륨혈증으로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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