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잠재성장률 높일 사회적 합의 나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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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결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과 조기대선 등 정치일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 이제는 늪에 빠진 한국경제를 돌봐야 한다. 경제성장률이 2012년 2.3%로 떨어진 이후 2014년(3.3%)을 제외하고는 금년까지 계속해서 2%대 성장에 머무르고 있다. 내년에도 2% 초반까지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6년 연속 저성장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장 기간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0.3%(10월)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69.8% 수준으로 급락했다. 18년 만에 최저치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대규모 충격으로 인해 위기발생 직후 경기가 급락했지만 회복도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대규모 충격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력과 역동성이 사라지는 ‘늪지형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위기는 오늘 당장 국가부도가 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절박감이 덜 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더 큰 문제가 된다. 늪지형 위기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잠재성장률의 추락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4.7%였던 잠재성장률이 지금은 2.7%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 추세로 가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1.8%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잠재성장률은 노동과 자본, 그리고 생산성의 성장기여도로 구성된다. 우리의 경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내년부터 노동의 성장기여도는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자본의 성장기여도는 민간투자 감소로 인해 2000년대 초반 2%에서 현재 1.5%로 줄어들었고, 생산성의 성장기여도도 같은 기간 2.5%에서 1.3%로 급락했다.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늪지형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꼼수는 없다. 단기적으로는 과도기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경제 사령탑을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 이를 통해 산적한 현안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위기관리를 해나가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시간이 걸리고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잠재성장률을 제고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일관되게 실천해 나가야 한다. 잠재성장률의 요인별 기여도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생산성 제고의 핵심은 인적자본과 기술력이다. 이는 양적인 투입 증대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규제와 평가시스템을 포함한 인센티브 구조의 획기적 개선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아울러 차원은 다르지만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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