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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탈당 의원은 30명가량 될듯, 반기문 거취가 최대 변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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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호 3 면

새누리당 비박계가 주도하는 가칭 개혁보수신당은 일단 30명 안팎의 규모로 출범할 전망이다. 지난 21일 탈당을 결의할 당시엔 35명의 의원이 동참했지만 5~6명 정도 줄어든 규모다. 개혁보수신당 창당준비위는 27일 집단 탈당계를 내고 곧바로 원내교섭단체로 등록할 예정이다.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24일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27일 탈당 규모는) 보수적으로 보면 30명 정도인데 추가로 설득을 하고 있다”며 “26일께 최종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가 탈당을 선언한 의원들을 상대로 의사를 확인한 결과 심재철(5선·안양 동안을), 강석호(3선·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은 일단 27일에는 탈당계를 내지 않기로 했다. 심 의원은 “탈당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이고 지역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을 매듭짓고 난 뒤 행보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지역 여론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내년 1월 중 추가 탈당이 발생할 때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강길부(4선·울산 울주), 박순자(3선·안산 단원을), 장제원(재선·부산 사상), 윤한홍(초선·창원 마산회원) 의원 등은 주말 동안 지역 여론을 수렴하며 27일 탈당을 저울질하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24일 지역구에서 300명의 당원과 함께 끝장 토론에 나섰다. 대부분 “친박들과는 같이 못한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보자” “새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내정된 인명진 목사의 개혁도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며 탈당을 미뤄달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박순자 의원도 주말 동안 지역에 머무르며 당원과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박 의원은 “지역별·연령별로 탈당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데 종합해 보면 반반”이라며 “탈당하게 되면 1000명 이상이 같이 움직여야 하는 만큼 당원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강길부 의원도 “지역구 여론조사를 해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반대여론이 더 많으면 탈당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친박계 쪽에선 27일 탈당 발표 때 최대 10명까지 이탈자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3일 “인명진 목사를 당 비대위원장으로 내정하면서 탈당 규모가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비박계 의원은 “친박 핵심 의원들이 ‘새누리당 울타리 안에 있어야 3년 후에 배지를 달 수 있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실속 있게 생각하라’는 취지로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창당준비위 관계자는 “내년 1월 초에 2차 탈당이 있을 예정”이라며 “1월 중순 반 총장이 입국할 때는 탈당 의원이 50명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후보 가운데 부동의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반 총장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당장 충청권과 중도성향 의원 20~30명 정도가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반기문 쟁탈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친반기문파’로 분류되는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귀국한 이후 대선 일정에 관한 말씀이 있으실 거라 믿고, 뜻있는 정치동지들과 함께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힘을 모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충청권 의원들은 지난 22일 중앙일보 조사에서 13명(탈당 의사를 밝힌 홍문표 제외) 중 7명이 “반 총장의 선택에 따르겠다”거나 “반 총장을 돕겠다”고 했다. 정용기·이은권 의원도 당장은 판단을 유보하지만 결국엔 반 총장을 도울 생각이 있다는 입장이다.중도성향의 한 의원은 “유승민 의원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하루라도 빨리 탈당해서 시작하는 게 맞지만 반 총장을 생각하고 있다면 두 번 옮겨갈 순 없는 것 아니냐”며 “이런 판단 때문에 탈당을 미루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반 총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들과의 고별 기자회견에서 친박 주도의 새누리당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반 총장은 “새누리당 재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민이 선정(善政)의 결핍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 국민들의 실망감·좌절감은 지금 현재 정치를 하고 계신 분들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다”고 답했다.


반 총장은 또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수단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노론·소론, 동교동·상도동, 비박·친박 이런 것이 왜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는 말도 했다. 특정 계파에 의지하기보단 여러 정파들 간의 연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현재의 새누리당으로 정권 창출이 가능하겠냐”고 말했다.


개혁보수신당 측은 반 총장과 물밑 교감을 나누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탈당을 결의한 의원들 중에 반 총장과 밀접히 소통을 하고 있는 의원들이 있고, 우리의 취지도 잘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당에 합류할 의사를 밝힌 이학재 의원도 “우리가 집을 잘 만들어놓으면 반 총장의 결심이 쉬워질 것”이라며 “집을 근사하게 지어놓고 그 집에 와서 살 사람들을 초청한 다음 내부에서 경쟁을 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조사에서도 반 총장이 개혁보수신당에 합류할 것이란 응답이 32.7%로 가장 많았다.


반면 친박계는 반 총장의 신당행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한 친박 중진 의원은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이나 안철수 의원이 반 총장을 꽃가마 태워주겠냐”며 “잘못하면 반 총장이 공중에 뜰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최근 유승민 의원이 “반 총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한 것을 겨냥한 말이다.


친박계 내에서도 일부는 내년 1월 반 총장 귀국에 맞춰 반 총장의 깃발 아래 헤쳐 모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는 반 총장이 유승민 의원이 있는 개혁보수신당에 가는 게 아니라 여야가 연대하는 제3지대를 창설하거나 독자 신당 창당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수도권의 친박계 핵심 의원은 “만약 반기문 연대를 모색하는 사람들이 탈당하면 이탈 규모는 80명이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잔류를 선택한 의원들이나 신당에 가담한 의원들도 결국 반 총장의 우산 아래 다시 모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유미·김경희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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