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초면 물에 녹는 ‘007 메모리칩’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007시리즈와 같은 첩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보안용 메모리 소자가 개발됐다. KAIST는 최양규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물에 녹여 빠르게 폐기할 수 있는 보안용 메모리 소자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최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보안용 메모리 소자는 물에 쉽게 녹는 종이비누를 회로 기판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소량의 물로도 약 10초 이내에 메모리 소자를 녹여 저장된 정보를 없앨 수 있다.

KAIST가 개발한 보안용 메모리 소자. 원래는 마이크로 단위의 크기이지만 실험을 위해 가로·세로 1.5㎝ 로 만들었다. [사진 KAIST]

KAIST가 개발한 보안용 메모리 소자. 원래는 마이크로 단위의 크기이지만 실험을 위해 가로·세로 1.5㎝ 로 만들었다. [사진 KAIST]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소자의 본래 기능은 저장된 정보를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데이터가 저장되면 10년 정도는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사물인터넷(IoT) 시대로 접어들면서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돼 정보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보안용 반도체도 필요해졌다. 이 때문에 최근 물에 녹는 메모리 소자나 불에 쉽게 타는 종이 기판 소자 등에 대한 연구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메모리 소자는 없애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불에 태우기 위한 점화장치 등이 필요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회로 기판이 종이비누 소재로 돼 있어 물에 들어간 지 10초 안에 녹아서 흩어진다. 기판 위의 1.0과 같은 숫자는 메모리에 입력된 이진법 디지털 정보를 뜻한다. [사진 KAIST]

회로 기판이 종이비누 소재로 돼 있어 물에 들어간 지 10초 안에 녹아서 흩어진다. 기판 위의 1.0과 같은 숫자는 메모리에 입력된 이진법 디지털 정보를 뜻한다. [사진 KAIST]

최 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에 빠르게 반응하는 종이비누 기판 위에 메모리 소자를 제작해 물에 녹는 시간을 수초 내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종이비누 기판 위의 회로는 잉크젯 인쇄 기법으로 나노미터급의 미세한 은가루를 뿌리는 방법을 썼다.

KAIST, 보안용 메모리 소자 개발
종이비누를 회로 기판으로 사용
정보 유출 쉽게 차단할 수 있어

최 교수팀의 제1저자인 박사 과정의 배학열 연구원은 “이 기술은 기존 실리콘 기판 기술 대비 10분의 1 수준의 저비용으로 제작 가능하다”며 “소량의 물로 빠르게 폐기할 수 있어 앞으로 보안용 소자로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실험실 안에서 성공한 것이지만 시장성이 있다면 수년 안에 상용화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12월 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