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천 '청일조계지경계계단'으로 옮긴 등대 조형물 놓고 논란

중앙일보

입력

[사진 인천경실련]

[사진 인천경실련]

인천 중구가 문화재인 '청일조계지경계계단'에 불법 조형물을 설치해 논란이 일었다. 중구는 "임시 이전"이라고 밝혔지만, 시민단체들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김홍섭 중구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21일 인천 중구와 인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중구는 지난달 청일조계지경계계단에 5m 높이의 등대 모형 조형물을 세웠다. 이 조형물은 지난 10월 중구가 '인천 개항장 밤마실축제'를 진행하면서 1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것이다. 당시 중구청 청사 앞에 놓여있던 것을 옮긴 것이다.

조형물이 들어선 청일조계지경계계단은 1883년 설정된 일본인 거주 지역인 '일본 조계(租界)'와 1884년 만들어진 청나라인 거주 지역인 '청나라 조계'의 경계 지역으로 자유공원과 연결돼 있다. 계단을 중심으로 청나라식과 일본식의 건물이 확연하게 구분돼 들어서 있는 장소가 지닌 가치와 역사성이 높게 평가돼 지난 2002년 인천시 기념물 제51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중구는 조형물을 이전하면서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상변경허가를 받거나 해당 조형물 설치를 논의하는 문화재심의위원회 등도 열지 않았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는 문화재 주변의 역사와 문화·환경 등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문화재의 외곽 경계 500m(도심 200m) 이내를 '역사문화환경보전지역'으로 정하고 있다. 개발행위를 할 경우에는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인천 경실련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를 큰 장소에 구가 행정 절차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정체불명의 조형물을 가져다 놓았다"며 반발했다. 경실련은 이날 오전 김홍섭 중구청장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중구 관계자는 "잠시 조형물을 옮겨 놓은 것이어서 문화재가 훼손되는 등의 우려가 없어 문화재심의위원회 등 행정절차를 밟지 않았다"라며 "시민단체 등에서 문제를 제기한 만큼 오늘 오전 조형물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