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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형마트의 가격 파괴…이번엔 ‘반값 보청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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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텔레비전(TV)·커피·치킨·안경에 이어 보청기까지 대형마트의 반값 상품 대열에 합류했다.

롯데마트, 60만원 제품 출시
‘최소 100만원’ 기존 업계 비상
골목상권 침해 논란 일지만
소비자 이익 보호 순기능도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온라인몰인 롯데마트몰을 통해 반값 보청기 출시를 준비 중이다. 대형마트가 보청기를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각각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반값 치킨과 반값 안경 판매를 중단한 바 있어 논란이 재연될 수도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고령화와 스마트폰 대중화 등으로 난청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보청기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에 비해 보청기를 접할 수 있는 판매 채널은 적고, 소비자들의 정보도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반값 보청기’를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출시할 보청기는 미국에 개발 연구소를 둔 ‘뉴사운드 테크놀로지’의 제품이다. 독점 수입원인 ‘심클사운드’와 계약하고 온라인으로 판다. 8채널(음역대) 12밴드(볼륨 조절)인 보청기 2종(B2, B3)의 가격은 각각 60만원과 65만원이다. 통상적으로 대리점을 통해 구입할 경우 최소 100만원(한쪽)에서 500만원까지 나가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온라인 구매의 특성상 개인 피팅(귀에 맞게 보청기를 맞추는 작업)이 어렵지만 이어팁이라는 별도 장치를 통해 귓속의 빈 틈을 막아 준다. 구입 후 1년 이내에 하자가 발생하면 무상 교환이 가능하며, 파손 안심 보험을 가입하면 기간 연장이나 추가 교환이 가능하다.

반값 보청기가 가능한 이유는 뭘까. 우재현 심클사운드 이사는 “보청기 시장이 폐쇄적인 유통 구조로 운영해 오면서 가격에 거품이 낀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난청 인구 증가세와 보청기 시장 규모를 분석해 보면 비슷한 추론이 가능해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8년 22만 명이었던 난청 인구는 2013년 28만 명으로 늘었다. 보청기 시장 규모도 2010년 444억원이었다가 2014년 616억원으로 40% 가까이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전국 보청기 대리점을 1000여 개로 추산한다.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보청기의 최저가를 100만원으로 잡는다고 해도 판매량이 많지 않다. 2014년 기준 시장 규모(616억원)를 100만원(1대 가격)으로 나누면 6만1600대를 팔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대리점 수로 이를 다시 나누면 대리점당 연간 60개 정도만 파는 셈이다. 가격을 많이 받지 않으면 대리점 운영이 불가능한 구조다.

그럼에도 반값 보청기가 논란에 휩싸일 여지는 있다. 대형마트가 2010년부터 출시한 반값 상품이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중단되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2010년 12월 5000원에 출시한 ‘통큰 치킨’은 출시 4일 만에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2012년 이마트가 출시한 반값 안경은 안경사들의 반발에 부닥쳐 추가로 기획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커피·텔레비전 등 일부 반값 제품은 여전히 판매 중이다. 보청기 업계 관계자는 "대리점에서는 청능사를 고용해 청력 검사와 피팅 작업을 실시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 요인이 있다”며 "대형 유통채널이 바잉파워를 앞세워 ‘반값 보청기’를 판매하는 것은 대리점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치킨 같은 경우는 주로 은퇴 창업 아이템인 데다 가격 정보가 투명해 대형마트가 하기에 적절치 않은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시장이 혼탁하고 가격 거품이 많이 낀 제품은 대형 유통채널이 나서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 노인 관련 제품은 정보가 부실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게 형성된 측면이 있다”며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보청기가 의료기기라는 점을 감안해 개개인에게 맞는 제품 판매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점검이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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