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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환자 맞춤형 탈장 수술 선도 … 인공막·복강경으로 재발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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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호 원장(오른쪽)과 성종제 원장은 개인 맞춤형 탈장수술 시스템을 구축했다. 프리랜서 장석준

강길호 원장(오른쪽)과 성종제 원장은 개인 맞춤형 탈장수술 시스템을 구축했다. 프리랜서 장석준

세상에 완벽한 수술법은 없다고 한다. 모든 상황에 적합한 만능 수술법은 없다는 뜻이다. 환자의 나이·상태·성향과 위험 요소, 진행 정도 등 변수가 많아서다. 모든 변수를 고려해 최적의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까지 의사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모든 수술을 구사할 수 있는 실력은 필수다. 탈장 수술도 마찬가지다. 최상의 결과를 위해선 환자에게 꼭 맞는 수술법이 필요하다. 민병원 탈장센터는 다양한 수술 레퍼토리로 탈장 수술의 맞춤형 모델을 만들어 왔다.

민병원 탈장센터

탈장은 장기가 원래 위치에서 벗어나 다른 조직으로 빠져나오는 질환이다. 소장 탈장이 가장 흔하다.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어 단순한 질환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혈액순환이 안 돼 장기가 괴사하는 심각한 질환으로 돌변한다. 초기에 치료해야 하고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인 이유다.

인공막 수술 재발률
무인공막 4분의 1 수준
소아는 절개법 병행

세계탈장학회 인공막 수술 권장

수술은 복벽과 근육층을 뚫고 나온 장을 원위치하고 뚫린 곳을 막아주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종류는 여러 가지다. 우선 뚫린 곳을 인공막으로 막는 방법과 인공막을 쓰지 않고 봉합하는 방법(무인공막)이 있다. 민병원은 인공막으로 막는 방법을 원칙으로 삼는다. 인공막을 사용하는 것이 보다 탄탄하기 때문이다. 탈장은 수술 후에도 복압이 높아지면 다시 재발할 수 있다. 인공막 수술 재발률은 무인공막 수술의 4분의 1 수준이다. 민병원 탈장센터 강길호 원장은 “탈장에서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감염도, 통증도 아닌 재발”이라며 “재발률을 낮추려면 인공막으로 넓게 막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옷감의 터진 곳만 꿰매는 것보다 옷감을 덧대는 것이 튼실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인공막 수술은 유럽 및 세계탈장학회가 권하는 가이드라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전 세계 탈장 치료의 80%가 인공막 수술로 이뤄진다. 가이드라인은 장 괴사로 인해 응급수술 시 감염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공막 사용을 권고한다.

탈장수술은 또 접근법에 따라 피부를 절개해 들어가는 절개법과 복강경 수술로 나뉜다. 똑같이 인공막을 사용하는 수술이라도 복강경 수술의 재발률이 미세하지만 절개법보다 더 낮다. 댐의 한 곳이 터져 물이 샐 때 댐 밖에서 막는 것(절개법)과 댐 안쪽에서 막는 것(복강경)의 차이다(그래픽 참조). 민병원 성종제 원장은 “절개법은 피부 쪽에서 직접 접근하는 반면, 복강경은 배 안쪽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복강경 수술이 상대적으로 재발 사례가 적다”고 말했다.

안전성 높인 복강경 수술법으로 치료

복강경 수술이라고 다 같은 수술법은 아니다. 수술 난도와 안전성에 따라 다시 복강내접근술(TAPP)과 복막외접근술(TEP)로 나뉜다.

복강내접근술은 말 그대로 복강경 수술 때 배 안에서 탈장 부위로 접근하는 수술이다. 반면에 복막외접근술은 근육(복근)과 복막 사이로 접근해 탈장을 치료한다.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난도와 안전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복강내접근술은 복막외접근술보다 먼저 개발된 수술로 배 안에서 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술 공간이 충분히 넓다. 하지만 장이 수술기구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수술 과정에서 장 손상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개발된 수술법이 복막외접근술이다. 수술 공간과 장 사이에 복막이 있기 때문에 더 안전한 수술이다. 대신 복강내접근술에 비해 수술 공간이 부족하다. 그만큼 의사의 높은 숙련도를 요구한다. 따라서 복막외접근술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의사는 많지 않다. 강길호 원장은 “환자가 전립선 수술을 받았거나 근육과 복막이 눌어붙어 있어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복막외접근술을 한다”며 “어려운 수술이라도 환자에게 더 안전한 수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원장은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횡경막 탈장 복강경 수술에 성공한 바 있다.

민병원이 복강경 수술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전신마취가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절개법으로 수술한다. 복강경 수술은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 성종제 원장은 “환자가 고령이거나 신장질환, 폐질환이 있으면 전신마취가 어려울 수 있다”며 “이런 때는 환자 상태에 맞게 복강경 수술 대신 절개법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민병원의 탈장 수술이 연 500건이 넘는 이유다.

소아 탈장의 경우도 웬만하면 전신마취가 필요 없는 절개법을 택한다. 절개법이라 해도 5㎝를 째는 성인과 달리 1~2㎝만 절개하기 때문에 복강경 수술과 비교해 흉터 크기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소아 탈장이 양측에 발생했거나 반대편 탈장이 초음파로 확인되지 않는 경우, 잠복 고환 수술 등 다른 수술과 병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복강경 수술을 한다. 복강경 수술이 더 이로워서다. 강길호 원장은 “소아 탈장에 무분별하게 복강경 수술을 적용해서는 안 되며 엄격한 기준을 갖고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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