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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정 협의체에 즉답 피한 황교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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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은 14일 오후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정 의장은 이날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성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주문했지만 황 대행은 즉답을 피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은 14일 오후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정 의장은 이날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성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주문했지만 황 대행은 즉답을 피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오후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정국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9일 황 권한대행이 권한대행을 맡은 뒤 국회를 방문한 건 처음이다. 그러나 둘 사이에선 미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성과 관련해서다.

정세균 의장 “협의체 잘 검토하길”
황 대행 “양보하고 대화하면 극복”
야당 “대정부 질문 꼭 나와라” 압박

정 의장은 황 권한대행에게 “마침 정치권에서 국정협의체를 제안했다. 그 협의체를 활용해 민생이나 경제를 살리자는 제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권한대행이 잘 검토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은 즉답을 피했다. 대신 “어렵고 엄중한 시기에 무거운 책임을 맡게 돼 아주 힘들다”며 “지금 상황의 엄중함을 잘 알고 있고 공무원들도 그렇다.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국정 전반에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만 답했다. 또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서로 양보하고 대화한다면 나라의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야권은 이날도 황 권한대행의 국회 대정부 질문(20~21일) 출석을 요구하면서 ‘군기잡기’를 계속했다.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야당의 양해를 구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면담 후 우 원내대표는 “야당만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도 아니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사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허 수석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정부 질문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고 했지만 나는 ‘그건 안 된다.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했다”며 “국민이 안심하고 민생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국민보고대회’라고 생각하고 그 기회를 활용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앞서 황 권한대행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사회원로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국정운영에 관한 조언을 듣기 위해서다. 이홍구·고건·한덕수 전 총리를 비롯해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등 5명이 참석했다. 고 전 총리는 “현 안보·경제상황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더 어렵다”며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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