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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몰래 다녀간 비선 의사, 청와대 경호실·의무실 책임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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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진료’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통령경호실의 구멍이 다시 확인됐다.

김영재 ‘보안 손님’으로 출입 확인
청와대 ”DJ 때도 있었던 오랜 관행”

14일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와 최순실씨 단골병원의 김영재 원장은 그동안 인적사항을 적지 않고 청와대에 출입한 ‘보안손님’이었다. 청와대의 보안손님이 확인된 것은 지난 7일 청문회에서 드러난 최순실·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에 이어 두 번째다.

김영재 원장은 청와대 출입 경위에 대해 “2014년 2월께 연락을 받고 한 번 정도 밤에 들어간 적 있다”며 “당시 비서관인지 행정관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사람 차를 타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만 간 게 맞느냐”(더불어민주당 김한정)는 추궁이 이어지자 김 원장은 “기억은 안 나지만 피부 트러블이 있다든지, 순방을 다녀와서 (얼굴이) 부었을 때 연락을 갑자기 받고 청와대에 간 적이 있다. (청와대 출입은) 다섯 차례 전후”라고 정정했다.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도 “자문의 위촉 전부터 청와대 관저로 들어가 (박 대통령을) 두세 번 진료한 적이 있다”며 “주치의와 의무실장 배석 없이 박 대통령을 단독 진료한 적이 있다. 허가 없이 외부에서 약품을 들여왔다”고 시인했다.

이에 당시 주치의였던 이병석 신촌세브란스병원장은 “밤에 청와대에 들어와 박 대통령을 독대했다는 말만 들었지 의료행위를 한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비선 의료진이 드나들던 동안 정작 주치의는 대통령을 진료하지도 않았다는 진술까지 나왔다. 현 서울대병원장인 서창석 전 주치의는 “(주치의가 된 뒤) 한 번도 대통령을 직접 진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경호실과 함께 의무실 책임론도 나온다. 대통령의 건강 체크와 진료는 의무실장의 허가 아래 진행하도록 돼 있다. 기본적 의료행위는 의무실장과 주치의가 상의해 간호장교 등이 보조한다. 이들의 허가 없이 진행된 김 원장과 김 전 자문의의 치료는 정상적 의료행위에서 벗어난다. 김원호 전 청와대 의무실장은 “(주치의가) 배석하고 의논하는 것이 이상적이긴 하겠지만 진료 선택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며 공적인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것이 보안손님”이라며 “이번 기회에 청와대 경호 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서실 쪽에서 요청한 보안손님에 대해선 경호실이 엄격한 신원 확인 절차를 생략하는 관행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똑같이 해오던 것”이라며 “오히려 박 대통령의 경우 독신이고 사적 만남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 정부보다 보안손님의 숫자가 훨씬 적은 편이었다”고 주장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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