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목표액 1% 채울 때마다 1도 ↑…사랑의 온도탑은 나눔 바로미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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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상한 온도계가 있다. 바람은 자꾸 추워지고 길은 얼음으로 위태로운 한겨울에도 자꾸만 높은 눈금으로 올라가는 온도계가 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이상한 온도계’라는 시의 한 대목이다. 주인공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연말연시 집중 모금 캠페인을 상징하는 ‘사랑의 온도탑’이다. 모금 목표액의 1%를 채울 때마다 온도가 1도씩 올라서 목표치에 도달하면 100도가 된다. 온도탑의 빨간 수은주는 한국의 나눔 온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됐다. 100도 달성 여부는 해마다 언론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어느덧 16년째다.

사랑의 온도탑은 2000년 모금회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이목을 끌 만한 홍보물을 구상하다 미국 공동모금회에서 활용한 실내용 모금 온도계를 떠올렸다. 서울시청 앞에 들어선 온도탑은 금세 화제가 됐다. 당시 ‘오늘 온도는 몇 도냐’고 물어보는 기자들의 질문이 모금회에 쏟아졌다. 온도탑의 위치는 조금씩 달라졌다. 2008년까진 서울시청 앞 광장에 있다가 2009년 광화문광장으로 옮겼다. 2010년 사랑의열매 회관으로 이동했지만 이듬해 광화문광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기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질수록 온도탑 눈금이 가리키는 수치도 꾸준히 올랐다. 16년 전 첫 설치된 온도탑의 100도는 427억원이었다. 올해 온도탑 목표치는 3588억원으로 8.4배로 커졌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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