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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엄마, 문자 보내면 추운 이웃에게 이불 보내준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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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본부 앞 광장에서 13일 열린 ‘2016 산타원정대 복면산타가 간다!’ 행사에서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이 산타 옷을 입고 무대 위에 서 있다. 이 행사는 올해 10년째 진행되고 있다.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본부 앞 광장에서 13일 열린 ‘2016 산타원정대 복면산타가 간다!’ 행사에서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이 산타 옷을 입고 무대 위에 서 있다. 이 행사는 올해 10년째 진행되고 있다.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13일 오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황선우(15)군에게 두 명의 산타가 찾아왔다. 중복장애 1급(지적·뇌병변 장애)인 황군은 지난 9월 허리 및 관절 수술을 받아 집 근처 병원에서 꾸준히 재활 치료를 하고 있다.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는 황군은 한때 숟가락질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장애가 심했다. 하지만 치료를 통해 이제 조금씩 걷는다. 그런 황군에게 산타들은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건넸다. 황군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NPO 모금 캠페인 다양해져
문자로 2000원 기부 ‘이불 TALK’
구호현장 체험하는 ‘체인지’전
홈피 접속해 난민 어린이 후원도
최순실 파장에 세밑 온정 싸늘
주요 대기업 작년 990억, 올해 0원

황군이 만난 산타들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연말 기부 이벤트인 ‘복면산타가 간다!’에 참가한 자원봉사자 최보경(21)씨와 장건(24)씨였다. 두 사람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여러 사람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따뜻하게 연말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기부 온기는 차갑기만 하다. 최순실(60)씨의 국정 농단 사건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의 여파로 기부 한파가 닥쳤다.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놓인 사랑의 온도탑은 15도를 가리켰다. 지난해 같은 날 온도탑은 39.9도였다. 기부금액으로 따지면 올해 538억원, 지난해 1368억원이다. 연말마다 기부로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대기업들도 거의 침묵 상태다. 지난해엔 모금 첫날인 11월 23일 현대차가 250억원을 낸 것을 시작으로 24일 LG가 120억원, 12월 10일 삼성이 500억원, 20일 SK가 120억원을 각각 기부했다. 하지만 올해는 14일까지 이들 중 한 곳도 기부하지 않았을뿐더러 기부 계획도 없다. 한 대기업 사회공헌 담당 임원은 “특검 수사 대비가 최우선 과제라 기부 일정을 못 잡았다. 아무래도 공격적으로 기부에 나서기엔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비영리단체(NPO)들은 다채로운 연말 기부 캠페인과 행사를 통해 시민들의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한 NPO 관계자는 “경기 불황과 어수선한 시국까지 겹치면서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기부 공감대를 이끌어낼 여러 활동을 통해 ‘기부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복면산타’는 전국의 저소득가정 아동들의 소원을 들어 주고 방한용품 등 선물을 전달하는 캠페인으로 10년째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전국 27개 사업장에서 어린이들의 소원 5039개가 이뤄졌다.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 박경림이 ‘신생아 모자뜨기’ 캠페인을 알리고자 페이스북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는 모습.[사진 해당 NPO]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 박경림이 ‘신생아 모자뜨기’ 캠페인을 알리고자 페이스북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는 모습.[사진 해당 NPO]

올해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10년째를 맞은 세이브더칠드런은 모자뜨기의 취지와 방법 등을 알려 주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한다. 모자뜨기는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신생아들을 위한 참여형 기부 캠페인이다.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인 방송인 박경림(37)이 사회를 맡아 지난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방송할 예정이다.

한국컴패션의 연말 캠페인인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를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탄자니아 어린이.[사진 해당 NPO]

한국컴패션의 연말 캠페인인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를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탄자니아 어린이.[사진 해당 NPO]

전시회 형태로 기부 동력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한국컴패션은 지난 1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한남동 사옥에서 지구 반대편 어린이의 삶과 변화를 보고, 듣고, 만지며 체험할 수 있는 이동식 체험 전시인 ‘CHANGE: 가난에서 희망으로’를 열고 있다. 여러 구호 현장들을 10평 규모의 공간에 재현해 전 세계 어린이들이 느끼는 가난의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보자는 취지다.

문자 메시지 한 통으로 저소득가정에 이불을 선물하는 이벤트도 있다. 한국해비타트는 특정 수신번호(#3396)로 문자를 보내면 한 건당 2000원이 자동 기부되는 ‘이불TALK’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문자 후원금으로 이불을 구입해 방한용품이 필요한 가정 및 시설에 보낼 계획이다.

유니세프가 온라인 페이지를 만들어 진행 중인 ‘위액션’ 캠페인.[사진 해당 NPO]

유니세프가 온라인 페이지를 만들어 진행 중인 ‘위액션’ 캠페인.[사진 해당 NPO]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부 캠페인도 많다. 굿네이버스는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게 난방비 및 방한용품, 화재 예방을 위한 소화기 등을 지원하는 ‘이웃의 겨울’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이 캠페인을 통해 100개 시설과 384세대에 총 4억4700여만원을 지원했다. 유니세프는 별도의 기부 온라인 페이지를 만들었다. 연말 캠페인 ‘위액션[#every child]’ 페이지에 접속하면 도움이 필요한 난민 어린이, 여자 어린이, 5세 미만 어린이 등의 사연을 보고 바로 후원할 수 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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