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정세균과 면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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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오후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정국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9일 황 대행이 권한대행 직무를 맡은 뒤 국회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날 면담은 황 대행 측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국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였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선 미묘한 신경전도 있었다.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성과 관련해서다.

정 의장은 황 대행에게 “마침 정치권에서 국정협의체를 제안했다. 그 협의체를 활용해 민생이나 경제를 살리자는 제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권한대행이 잘 검토해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또 “국민들이 국회와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잘 소통하고 협치해 민생을 제대로 챙기고 경제를 활성화하라는 것”이라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국회와 정부가 잘 협조해 국민의 뜻을 받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대행은 즉답을 피했다. 대신 “어렵고 엄중한 시기에 무거운 책임을 맡게 돼 아주 정말 힘들다”며 “지금 상황이 엄중함을 잘 알고 있고 공무원들도 그렇다. 국민의 뜻을 엄중하게 잘 받들고 국정 전반에 잘 반영할 수 있는 노력을 하겠다”고만 답했다.

황 대행과 정 의장은 이외에도 조류인플루엔자(AI), 경기침체, 대중국 관계 등 현안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특히 정 의장은 “중국의 한국 관광객 축소와 한류 제한 조치, (한국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등 기업들이 체감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국회 차원에서 ‘동북아평화협력 의원단’을 구성해 정부 외교를 보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황 대행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사회원로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국정운영에 관한 조언을 듣기 위해서다. 이홍구ㆍ고건ㆍ한덕수 전 총리를 비롯해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등 5명이 참석했다. 고 전 총리는 “현 안보ㆍ경제상황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더 어렵다”며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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