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들 만나 “피눈물이 뭔지 알겠다”…박 대통령 ‘관저 유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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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가결 이후 직무정지 첫 주말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가 된 박근혜 대통령이 ‘관저 유폐’ 생활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탄핵 후 첫 주말인 10~11일 관저에 머물며 독서 등으로 소일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직무정지 기간 중 청와대 경내에서도 집무실엔 들어가지 못하고 관저에만 머물러야 한다. 청와대 밖으로 출타가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시중 여론과 경호상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사실상 정치적 연금(軟禁) 상태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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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도 박 대통령은 주말에 수석비서관들과 일부 측근에게 전화를 걸어 탄핵 이후의 정국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10일 벌어진 7차 촛불집회도 TV로 지켜봤다는 전언이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도 한가하게 지낼 상황이 아니다. 당장 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 심리에 대비한 법률적 대응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독서 등으로 소일, TV로 촛불 봐
여론·경호 문제로 외출 어려워
측근들과 전화로 정국 의견 교환
탄핵 심리 대비 변호인단 늘릴 듯
헌재 재판관·연구관 출신 물색 중

헌재는 16일까지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에게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특검도 조만간 박 대통령 대면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지난 9일 탄핵안 가결 직후에 열었던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박 대통령은 자신이 주변 관리를 잘못한 책임은 인정하지만 검찰과 언론이 마치 대통령이 사익을 챙기기 위해 최순실씨와 공모한 것처럼 몰고 가는 것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심경을 피력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 담화에서도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박 대통령은 최씨의 금전 취득 정황은 자신이 전혀 몰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3자 뇌물’ 혐의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유영하 변호사를 비롯해 4명으로 꾸려진 상태지만 향후 헌재 심리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 변호인으로 헌재 재판관이나 재판연구관 출신 등을 물색 중이란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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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신임 조대환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5일 페이스북에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받은 돈을 뇌물로 보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조 수석은 “뇌물(그것도 공갈성)을 직권남용으로… 아직도 멀었다. 전두환 비자금 사건 기록을 참고하면 바로 답 나올 것”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은 대법원에서 대통령에 대해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한 사건”이라는 게 윤 수석대변인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조 수석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후배 검사들의 수사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는데 야당이 거꾸로 해석한 것”이라며 “사적 공간에 올린 글을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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