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대선구도 반기문 vs 유승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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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황무지처럼 척박하다’는 여권의 대선후보 토양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지율 5% 넘는 후보 없어 고민
반, 귀국 후 어떤 행선지 택할지 변수

각종 여론조사에서 1~5위까지 새누리당 당적을 보유한 이들은 한 명도 없고, 전원 지지율 5% 미만이다.

반기문

반기문

하지만 새누리당 내 인사들 사이에선 “마지막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유승민 의원이 여권의 후보 한 자리를 놓고 격돌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탄핵 국면을 거치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대신 유 의원은 비주류 내에서 입지를 다졌다.

그는 탄핵 국면에서 “여야가 합의하지 않는 한 박 대통령이 (내년 4월로) 임기 단축을 선언해도 탄핵으로 간다”는 주장을 계속해 와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켰다. 물론 각종 여론조사상에선 2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는 반 총장과 차이가 있다. 유 의원의 지지율은 2~4%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유 의원이 다른 후보들보다 주목받는 건 새누리당 내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리더이면서도 ‘보수의 본류’라는 TK(대구·경북 지역)의 적자라는 이중적인 신분 때문이다. 그를 돕고 있는 한 전직 의원은 “TK 출신이면서도 정부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유 의원이 표의 확장성 측면에서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는 선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월 중순 이후 귀국할 반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불투명하다. ▶ 새누리당 ▶주류-비주류 갈등으로 새누리당 비주류가 당을 뛰쳐나가 만들 신당 ▶새누리당이 아닌 제3지대행(친박-친문계를 제외한 정파의 결합 시나리오) 등이 거론된다.

새누리당 비주류 내에선 만약 새누리당을 리모델링할 경우 그래도 반 총장이 ‘제3지대행’보다는 여당을 선택하리라는 기대가 있다. 비주류가 ‘새누리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당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이나, 여차하면 탈당하겠다고 친박계를 압박하는 걸 두고도 “반 총장을 받아들일 새로운 그릇을 만들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있다.

부산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친박계와 비주류의 갈등으로 새누리당이 두 동강이 나든, 새누리당이 해체된 뒤 새 간판을 내걸든 결국 구성원들은 반기문파와 유승민파로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당내 경선에서 맞붙든, 각각 다른 당에 몸을 담았다가 나중에 후보단일화 경쟁에서 맞붙든, 두 사람은 결승전 진출을 위한 어느 시점에서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서승욱·최선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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